2012.11.07 15:59

일장추몽(一場秋夢): 호갱님 되기

낮잠을 자는 동안-_- 병맛스러운 꿈을 꾸었다-_-

일명 "호갱님 되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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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미니를 주문했고, 판매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포토프린터를 사은품으로 함께 드립니다."

평소같으면 웃기시네, 얼렁 아이패드나 당장 가지고 오소.라고 했을 텐데, 

꿈 속에서는 항상 비현실적이 일이 생긴다는 법칙이 있듯이

나는 바로 호갱님이 되어 "네네 고맙습니다 끄덕끄덕"했다.


판매자가 직접 방문 배송해주겠다는 희한한 시스템에 신기해 하면서,

주문서를 확인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나는 아이패드 미니와 함께 액서서리를 함께 주문한 것 같다. 근데 기억에는 없다.

보호용 슬리브 1만원짜리 5개. 

그리고 아래에 이상한 내역이 찍혀 있었다.

"포토프린터, 포토프린터 토너"

그리고 정확한 숫자는 기억나지 않지만 약 30만원의 금액(!)이 추가로 적혀 있었고, 

이 내역을 확인한 즉시 판매자가 방문했다.

금액 결재는 이미 인터넷을 통해 카드로 결재 완료한 상태.


아이패드와 함께 이상한 플라스틱통에 인쇄가 될 것 같지도 않은 요상한 물건과, 젖병과 같은 통에 들어있는 리필토너를 발견.... -_-

"저기요. 방금 주문서를 봤는데, 제가 전화로 거의 내용도 모르고 그냥 달라고 한 것 같은데, 포토프린터는 빼 주세요."

그는 곤란하다는 말투였다.

"제가 전화로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제 아이패드에 포토프린터 필요 없구요. 제가 전에 포토프린터를 써 봤는데, 생각보다 떨어지는 성능에 거의 자주 쓰지도 않더라구요. 이런 거 필요 없구, 제가 무슨 생각으로 달라고 했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빼 주세요. "

세게 얘기한 것도 아니고, 좀 당당히 얘기했을 뿐인데, 이 아저씨는 금방 수긍한 것으로 보였다.


근데 내가 같이 주문한 슬리브가 뭐지?

"아저씨 근데 슬리브가 뭐에요?"

"아이패드 보호하는 거지"

그렇다고 한다. 한 개에 만원짜리면.. 비싼 가격이 아닌데,

혹시 실리콘 케이스를 가지고 슬리브라고 하나?

근데 내가 왜 이걸 5개나 주문했을까.


아저씨가 저쪽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동안,

아이패드가 놓여 있었고, (응? 박스가 없다...) 옆에 클리어 파일 내지는 포켓과 같은 것을 발견했다.

'혹시..?'

"아저씨 이게 슬리브에요?"

그 물건을 손에 들고 판매자에게 물었다.

"응. 그게 슬리브야."

어처구니.... -_-

이거 하나를 만원에 받아 쳐 먹어?

슬리브라는 물건에 패드를 넣어 보았다.

그냥 오른쪽이 뚤린 포켓 형태의 투명한 파일인데, 아이패드 보다 살짝 큰 크기,

그리고 뚤려 있는 오른쪽은 앙증맞은 (플라스틱의 허접한) 잠금 장치가 있었다.

찰칵.

하고 잠금 장치를 잠구고 들어 보았다.

'이런 미친!!!!!'


근데, 프린터는 몰라도 이 물건은 내가 주문한 것이기 때문에,

미쳐 확인하지 못한 내 실수에, 환불이 불가능할 꺼라고 생각했다.

(주문했는지 기억도 못하면서... -_-)

"아저씨, 이거 슬리브는 그냥 같이 주세요. 계산서에서 프린터랑 토너만 빼 주세요"

하면서 계산서에 적혀 있는 프린터와 토너를 볼펜으로 직직 그어 지워버렸다.


아이패드를 꺼내 들었다.

아까는 알지 못했는데, 뒷면에 무언가가 붙어 있다.

오른쪽으로 패드를 잡았을 때에 그립감을 높혀(?) 주는 삼각기둥 형태의 물건이었는데, (밑면은 직각삼각형인 기둥형태로, 그냥 손으로 잡는 쪽에 slope를 붙여 놓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모서리는 적절한 라운딩까지 부여된 나름 정교하게 만든 액서서리였다) 패드와 잘 조화되도록 정교하게 붙어 있었다. 

인터넷으로 주문 시 '별도의 수작업을 통한 액서서리' 어쩌고 이런 문구가 있었는데, 아마 이것이 그것이였던 것 같다.

근데 나는 박스를 뜯어 보지도 못했고, 애플 제품의 디자인을 가리는 이런 투박한 물건을 싫어하는 지라, 이걸 일단은 제거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패드에 이걸 아예 붙여서 줄 줄은 예상도 못 했고!


나는 이 놈을 뜯기 시작했다.

뜯기지 않을 것 같던 이 손잡이(?)는 의외로 잘 떨어지고 있었는데,

어쩐지 들어 봤을 때 생각보다 가벼웠다 싶었던 게, 겉에는 은색의 라카를 칠해 놓은 것이고, 그 안쪽은 그냥 종이+은박지 따위로 이뤄져 있던 것.

박박 뜯었다. 계속해서 박박.


순간, 아이패드는 내가 알고 있던 그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의 물건이 아닌, 카카오톡에 포함된 이모티콘의 곰발바닥 모양의 (색깔도 딱 그 색깔이었다) 알루미늄의 물건으로 변해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꿈속에서 나는 이 녀석을 계속 아이패드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 곰발바닥 패널 뒤쪽에 들어 있는 여러겹의 종이까지 다 뜯어 내고 있었다.

남은 건 곰발바닥 모양의 얇은 알루미늄 뚜껑. (초콜릿이나 쿠키를 포장하는 알루미늄 상자의 뚜껑 형태로 남았다... -ㅁ-)

나는 여전히-_- 이놈을 아이패드라고 인식하면서, 한편으로는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이 놈은 이전세대의 아이패드(뭐?!)였다.


화가 난 나는 판매자의 멱살을 잡았다.

"이 사기꾼 XX야. 내가 ㅂㅅ인 줄 알아? 이전 세대 아이패드를 가지고 와서 아이패드 미니라고 팔면 속을 줄 알아?"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여기 봐. 당신이 주문한 것 가지고 온 것 맞아."

이 아저씨가 옆에 놓여 있던 장부에서 내 이름이 적힌 주문서를 보여주는 것이다.

마치 옥션에 적혀 있는 상품명처럼 [아이패드/뉴아이패드/세3세대/최저상품/iPad] 뭐 이런식으로 엄청나게 길게 적혀 있어 한 눈에 알아보기도 힘든 상품명이였는데, 여기에 분명한 것은 '미니'라는 단어는 전혀 없었다.


'아. 이 아저씨. 제대로 사기를 쳤구나.'

사실 배송오기 직전 주문서를 확인할 때 이상하게 느껴진 게 있긴 했다.

내가 주문했을 때랑 상품 정보 페이지의 구성도 달라졌고, 상품 사진도 없어지고 상품 사진 대신 푸른 하늘과 들판이 그려져 있는 그림이 있었고... -_-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주문 내역 자체를 아예 조작을 한 것이였다.

내가 주문했을 때의 것들을 캡쳐도, 프린트도 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증거를 들이낼 수 없었다.


나는 분노에 차 소리를 질렀다.

"내가 이런 것도 모를 줄 알아? 이전 아이패드는 지금 새걸 사도 30만원이면 사는데, 어디 이상한 걸 들고 와서 이걸 미니라고 속이면서 두 배인 60만원을 받아? 너, 이거 당장 카드 결재취소해, 안 하면 내가 너 형사고발이라도 해서 콩밥 멕일 꺼니깐, 경찰에도 신고할꺼야!!!"

멱살을 풀자, 아저씨는 겁에 먹은 채 '아이고 아이고'를 연발하며 방 안을 뛰어 다니면서 "좀만 기다려요, 취소해 줄께" 하고 있었다.

나는 울먹이며 거의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내 현금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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