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19 01:29

바즈 루어만의 '위대한 개츠비'





바즈 루어만의 '위대한 개츠비'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그의 전작 '물랑루즈'를 연상시키는 연출 방식이 많았는데, 자꾸 '물랑루즈'를 생각나게 하는 게 아쉬웠달까. 

아무래도 화자가 과거의 일을 회고하면서 글을 써 내려가는 방식이 동일했고 (개츠비 원작 자체가 그렇긴 해도),

질펀한 쇼와 카메라를 수직 수평으로 빠르게 쏘아 내리는 기법에서 '물랑루즈'의 기시감을 느꼈다랄까...


일단 원작의 훼손이 거의 없이, 오히려 그것을 루어만식의 방법으로 표현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주요 대화나 주요 어구도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올 정도로 원작에 충실했는데, 

오프닝의 닉의 나레이션 중 그의 아버지의 말, 

개츠비의 데이지의 재회, 

플라자 호텔 방에서의 장면 등의 대사는 원작 대사를 거의 그대로 사용했다. 


개츠비와 데이지의 재회 장면은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하던 이미지가 화면 상에 거의 비슷하게 그려졌는데, 

다만 원작의 개츠비에게서 느꼈던 그 긴장감과 초조함의 강도는 영화에서 다소 누그러졌던 점은 조금 아쉽다. 

그래도 이 장면은 매우 좋았다는. 


초반에는 루어만 식대로 화려한 쇼에 집중했다.

근데 심지어 톰과 머틀의 아파트 씬까지 그렇게 질펀한 공간으로 만들 줄은 몰랐다. 

(오프닝에서 이 장면까지의 진행은 '물랑루즈'와 100% 동일한 전개라 다소 식상했음) 

아, 그리고 울프심과 식사하는 장면에서의 식당도 쇼킹했다... -_-;;

이 두 장면은 정말 전혀 상상도 못했던 장면들이라는;;;;;;

루어만의 화려한 쇼에 이제는 익숙해졌던 걸까. 

막상 개츠비의 대저택에서 이뤄지는 쇼는 그저 무덤덤하게 봤다.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물랑루즈'에서 이미 많이 봐 와서.... (지금까지 '물랑루즈'를 한 5번은 봤을 껀데... -_-)

혹자는 1920년대 "재즈시대"에 힙합이 나오고 클럽 음악이 나오냐고 불평을 하기도 하던데, 내게는 그런 것은 문제가 전혀 되지 않았음. 오히려 사운드트랙이 좋더만.

19세기 파리에서 Nirvana의 "Smells Like Teen Spirit"에 맞춰서 춤추는 것보다는 훨씬 자연스럽지 않던가!!

그리고 오히려 이런 장면들이 대공황 직전의 미국 사회의 무절제함을 (다른 방식으로 그리기는 했지만)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개츠비가 파티를 그만 둔 이후의 영화는 쇼는 지양하고 드라마에 집중하게 된다.

뷰캐넌 가에서부터 플라자 호텔까지 이어지는 인물들 간의 논쟁에서부터 머틀의 사고 장면까지의 긴장감은 루어만이 단지 "쇼"만 잘 만드는 감독이 아니라, 드라마 요소도 잘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을 보이고 있다.

전작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신나게 까였던 루어만이 '위대한 개츠비'의 이 일련의 사건들을 다루는 데는 능수능란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원작에서 머틀의 사고 장면이나 종국의 파멸 장면들은 직접적인 묘사보다는, 그 상황을 간접적으로, 정황적인 상황을 풀어 놓으면서, 내용이 바로 연결이 안 되서 '응? 뭐야? 어떻게 된거야?'하고 앞뒤로 페이지를 다시 넘겨 가며 읽었었는데...

영화에서는 시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보이고 있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





원작에 비해 메이어 울프심이나 조던 베이커의 비중이 다소 줄었다.

메이어 울프심은 원작에서도 일단 몇 장면 안 나오기는 한데.. 

원서를 읽을 때 울프심에게서는 'business gonnection'이나 'Oggsford' 같은 대사의 각인이 큰 지라..

영화에서도 이 대사를 유심히 들었는데, 별로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점에 많은 아쉬움을.... -_-;;;

그리고 영화에서는 엔딩씬을 컴팩트하게 줄이는지라, 닉이 울프심에게 찾아가는 장면이 빠져있는데, 이 소설의 비극이 다소 줄어드는 아쉬움이 있지 않나 싶긴 하다. 

(대신에 영화에서는 울프심이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가져가는 것으로 표현되어 그 무정함의 표현은 계속 나타나 있기는 한다.)

조던 베이커는 닉과 약간 썸을 타는 관계가 있었는데, 이런 관계는 영화에서 아예 다 빼 버린 듯.

원작의 후반부에 울프심이나 조던의 닉과의 관계가 단절되는 장면에서 개츠비 주면인물들의 이기심, 속물 근성, 그무정함이 보다 잘 나타나고 있었는데... (아.. 그리고 나중에 파티하는 줄 알고 개츠비 집에 전화한 사람이 대박이였지...) 이들 인물의 비중이 줄어들게 되면서 개츠비에 대한 연민의 강도는 조금 줄어든 것 아닌가 싶기도....

그러고 보니 개츠비의 아버지는 영화에서는 회상씬에서만 잠깐 등장하고, 아예 나타나지를 않았군... -_-;;;


T.J. 에클버그 박사의 눈의 비중(?)도 좀 줄었달까..

나는 이 눈을 황금만능시대, 윤리가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당시를 지켜보는 눈 정도로 받아 들이고 있었는데, 영화에서는 머틀의 사고를 지켜보고 있는 눈으로 부곽시켰다는 것.. (그조차도 그 시대의 사람들은 사실을 사실로 판단하지 않고 왜곡된 시각으로 판단해 버렸지만...)


그리고 톰이 윌슨에게 직접적으로 개츠비의 이름을 들먹거리던 후반부의 장면은 원작하고는 많이 달라졌는데, 이 부분에서도 역시 에클버그의 눈의 역할이 축소된 현상... (응?)


영화 개봉 전에 이미 원작을 3번 읽었는데,

그 첫번째는 20대 초반 때였고, 작년에 원서로 한번, 그리고 올초에 예전에 읽었던 번역본을 한번 더 읽어 보았다.

처음 읽었을 때는, 이게 뭔 소리여? 하면서 이해를 못 하고 읽었고 (어렸을 때 읽어서 그런 건지..)
원서로 읽으면서 스콧 피츠제럴드의 그 수려하면서도 화려한 문체에 놀랐고.. (얇은 책이지만 솔직히 읽기가 쉽지는 않았음..) 개츠비에 공감이 가면서도, 연민을 느낄 수 있었다.
재차 번역본을 읽으면서 다시금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었는데, 첫사랑을 다시 만나기 위해 5년의 시간을 기다려 온 그의 모습에 어찌보면 '찌질한' 남자일 수도 있는데, 어찌 보면 또 '순정남'.. 
근데 데이지를 다시 만나기 전의 그 초조한 개츠비의 모습을, 또 닉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던 데이지를 구해내려는, 또 그녀를 변호하려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개츠비는 찌질한 사람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영화에서는 바로 이런 점에 집중한 것 같고, 이런 개츠비의 심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데 크게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영화에서 영리하게 이끌어 냈던 부분이 톰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부분인데..
영화에서는 이 장면을 다소 완곡하게 표현하고, 중반부에 뉴욕으로 향하는 장면에 백인 운전사와 흑인 졸부를 조우하는 장면을 넣은 것은 루어만의 재치라고 생각한다.


뭐 근데 화려하게 보여주고, 또 후반의 갈등을 잘 그리고 있기는 했지만,중간중간 다소 지루한 부분도 있기는 했음... 
내내 재미있지는 않았다는.. ㅎㅎㅎ
얼마 전에 김영하 번역의 개츠비를 또 샀는데, 얼렁 또 읽어봐야 겠당... ㅎ



위대한 개츠비 (2013)

The Great Gatsby 
8.1
감독
바즈 루어만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토비 맥과이어, 캐리 멀리건, 조엘 에저튼, 아일라 피셔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 142 분 | 2013-05-16
글쓴이 평점  



블로그 글이 맘에 드시면 추천이나 댓글 부탁드려요!
Trackback 0 Comment 0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