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29 20:48

공간에서의 폐쇄공포. 그래비티. [IMAX 3D, ATMOS & 3D]





알폰소 쿠아론, 그래비티.

다른 정보도 없이 감독 이름과 영화 제목만으로 1년간 기다려왔던 그 영화가 왔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라고 하면 보통 SF 장르 영화였다. 아니면 다큐멘터리?

물론 이것들은 그래비티가 등장하기 이전 얘기였고, 

우리는 이제 이 영화를 통해 우주 재난물, 내지는 우주 스릴러물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imdb.com에 기록되어 있는 이 영화는 장르는 분명히 SF와 스릴러이다.)




- 영화. 그래비티. 



(스포일러 포함)



영화의 내러티브는 단순하다.

우주인이 겪게 되는 예상치 못한 사고, 그리고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

이런 전개는 스타워즈, 스타트렉, 에일리언 등 유명한 SF 고전물지금까지 신작이 나오고 있는 이들 작품이 과연 고전물인지는 모르겠으나에서부터 최근작 프로메테우스, 오블리비언 등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보다 본질적인 '생존' 자체에 대한 과정을 지독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다른 형태의 SF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등장인물은 라이언 스톤, 맷 코왈스키 단 두 명. 엄밀히 말하면 초반에 댄쓰를 좋아하시는 하바드 출신의 우주인도 포함해서 세 명이지만..

그 외에 등장하는 휴스턴 NASA의 오퍼레이터, 익스플로러 탑승 우주인, 아닌강아닌가크 등 여러 등장인물들이 있으나, 모두 목소리만 나오고 있다.

그나마도 맷 아저씨는 우주 유영하러 나갔다가 안 돌아와서 중반부터는 라이언 아줌마언니만 혼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스케일이 커졌고, 우주에 떠 있을 뿐. 이건 연극이다. 심지어 아무도 없는 공간, 모노 드라마이다.




영화 오프닝의 자막에서 산소 없음, 의사 소통 방법 없음 등을 밝히고 있는데, 

우주라는 공간적인 상황에서 '홀로' 겪게 되는 재난의 끔찍함을 미리 던져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고, 통신 두절, 우주 조난, 그에 따른 물리적 거리에서의 유리, 산소 없음.

이와 같이 연속적인 재난 상황에서의 공포보다 사실 더 무서운 것은 이 광활한 우주에 '홀로' 있다는 사실이다.


그 첫 공포는 익스플로러에서 혼자서 떨어져 나간 스톤. 

자신이 어디로 떠내려 가는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망망대해와 같은-상황에서의 공포.

이때에는 코왈스키라는 동료가 있었기에 그녀는 살아남을 수 있었고, 아직 그녀에게 의지할 대상이 남아 있었다.

통신 두절이 되어 지구와의 통신이 불가능했지만 코왈스키는 그녀의 유일한 벗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유일한 말동무이자 친구, 의지할 상대였던 코왈스키를 잃게 되고, 또 그녀는 동시에 산소를 잃게 된다.

사람에게 있어서 대화 그리고 친구는 산소였다. 즉, 고독은 숨을 쉴 수 없는 상황과 마찬가지.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 내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등장인물은 우주복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살아 남을 수 있었고, 심지어는 그 안에서조차 숨을 쉴 수 없는 상황. 이렇게 갖힌 공간에서의 공포..


ISS에 도착한 그녀에게 고독은 역시 계속되고 있었다.

ISS는 마치 폐가처럼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고, 홀로 남은 그녀에게는 화재와 우주선 잔해의 습격(?)이라는 또 다른 공포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공포는 '의지할 수 있는 게 전혀 없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유일한 생명줄이라고 믿었던 소유즈의 연료가 없음을 깨닫고, 중국 정거장 텐궁에서 나오고 있다고 믿고 있었던 목소리가 사실은 지구로부터의 통신이며, 또 다른 언어 때문에 의사소통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에게 있어서 홀로 남은 우주 공간은 그야말로 생지옥. 혼자 쓸쓸히 죽어가야 하는 살아있는 무덤이었던 것이다.

그 무덤 역시도 겨우 팔 하나 뻗을 수 있는 조그마한 소유즈, 살고자 하기 위해 안감힘을 쓰는 그녀 밖으로 펼쳐져 있는 우주를 그리면서 줌 아웃하고 있는 카메라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사실 이러한 재난이 닥쳐오기 전에 우주는 그녀에게 있어 현실의 탈출구였다.

딸을 잃고 나서 인생의 방향조차 정하지 못하고, 종일 목적지 없는 운전만 하던 그녀에게 있어 선택할 수 있던 마지막 장소가 우주였다.

그러나 자신이 숨고자 했던 우주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존재가 영원히 숨겨지게 됨을 깨달은 그녀에게는 죽음보다 더 큰 공포가 다가왔으리라.






하지만 결국 이 영화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우주에서 서서히 죽어가던 그녀에게 삶에 대한 각성이 일어나게 되어, 자신의 딸을 대신해서라도 살아 남아야겠다는 의지가 깨어 난다.

사실 그녀의 삶에 대한 의지는 일찍이 ISS 도착 후의 시퀀스에서 부여 받았는데, 

많은 이들이 언급하고 있지만, ISS에 도달한스톤은 자궁에 쪼그리고 있는 태아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산소 케이블이 탯줄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험난한 여정 끝에 지구에 도착한 그녀가 다시 혼자 일어나는 장면은, 생명의 시작인 물에서 일어나는 주인공에게 희망의 기운을 불어 넣어 주고 있고, 그녀가 다시 일어날 수 있음을 암시하는 장면이라고 하겠다.

한편, 우주의 망망대해로부터 떨어져 내린 곳이 지구의 바다 위라는 사실도 재미있는 점이었다.




우주에서의 극한의 공포, 그리고 살아 남고자 하는 그 투쟁과정은 앞서 밝힌 것처럼 라이언 스톤이라는 인물의 모노 드라마를 통해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영화 내의 공간에서 그녀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외부적인 동기나 요인은 전혀 없었으며, 오직 그녀 자신만이 자신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조엘 슈마허 감독의 '폰 부스'가 생각나기도 했는데, 적은 등장인물이 한정된 공간 내에서 겪게 되는 극적인 스릴러의 상황의 유사점이 떠올랐다.

이 영화에서 위와 같은 '공포-긴장-투쟁'의 일련의 과정이 극적으로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은 감독의 연출, 산드라 블록의 연기은 물론이고, 영상/음향 효과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 시청각적 엔터테인먼트의 완성. 그래비티



나는 이 영화를 2회 관람했다.

CGV 용산 IMAX관에서 1회, 그리고 메가박스 코엑스 M2관에서 1회.


첫 관람은 왕십리 IMAX에서 보고 싶었는데 티켓을 못 구해서 용산 IMAX관에서 했는데, 기본적으로 IMAX로 봤던 영화치고는 만족하지 못한 작품이 없었기 때문에 심지어는 트랜스포머2조차.. 이번에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왕십리만 못하겠지만 시야에 가득히 들어오는 우주 공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고, 등장인물의 익스트림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주인공이 느끼는 공포 심리를 최고조로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에서는 3D 효과가 도드라진다기보다는, 각 장면장면에 맞게 적절히 녹아 들어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주 유영 장면과 1인칭 시점으로 표현한 장면들에서는 '이거 제대로 3D구나' 싶었는데, 3D 영화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현기증을 많이 느꼈을 지도....

이렇게 되면 도드러진 게 아니였다고 얘기할 수 없는 건가....


초반 20분 가량의 롱테이크 시퀀스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평화로운 우주 장면부터 사고가 발생하여 재난의 국면까지로 연결되는 이 시퀀스는, 평화로운 장면에서는 익스트림 롱샷으로 시작하여 긴장감이 고조될 수록 카메라의 거리가 가까워져 우주 미아가 되어 버린 스톤의 얼굴을 익스트림 클로즈업까지 당기는데, 이 긴 20분의 시퀀스를 편집 하나 없이 연결해 버리다니!!

이 시퀀스는 빠른 호흡으로 관객을 몰아가고 있지는 않는데, 대신에 20분 동안 계속해서 끝없는 크레센도로 연주한다는 느낌이라고 할까나.. 

폐쇄된 공간에서 느끼는 갑갑함, 그 공포는 이와 같은 1인칭 시점 연출, 그리고 익스트림 클로즈업 샷에서 극대화 되고 있는데, 이들 장면에서는 음향 효과가 그 느낌을 두욱 증폭시켜 주고 있다.


영화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음향 효과 디자인 요소들이 많다.

다른 영화와는 달리 폭발씬에서, 대기 중에서는 오히려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폭발 이후에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음향의 효과에 큰 신경을 쓴 듯 싶었다.

IMAX관에서 처음 관람할 때에도 이러한 걸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으나, ATMOS 시스템 하에서 2회 째 관람했을 때에는 그 효과가 더욱 배가 되었다.


코엑스 메가박스 M2관에서 관람했을 때에는 E열 중앙 좌석에서 관람할 수 있었는데.

소리 하나만으로도 같은 영화의 느낌이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걸 한번 더 알 수 있었다.

초반 롱테이크 장면에서 들리는 무전 음성의 울림, 라디오 음악의 움직임은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공간 안에서 특정 피사체만이 울림을 내뿜고 있는 것 같은 공간감을 선사해 주었다. 

또, 익스트림 클로즈업 장면과 1인칭 시점에서는 우주복 헬멧 안에서 내가 호흡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으며 그 생동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는데... 그 갖혀 있는 공간에서 몰아쉬는 숨에서의 공포, 특히 스톤이 한참 숨을 쉬지 못하고 있는 장면에서는 관객인 나 역시 함께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그 공포감을 극대화시켰다.

이렇게 정교하게 디자인 된 ATMOS 음향 효과는 ISS 내부 화재씬, 폭발씬 등에서도 또 다른 음향 효과의 경험을 선사하였다.


아무래도 영화 감상에 있어 화면도 화면이지만 사운드에 더 신경이 쓰이는 성격이라, 영화를 통해 청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M2관에서는 E열, IMAX관에서는 F열에서 보았는데, 모두 상대적으로 앞 자리에서 본 것이라 시각적으로의 만족도는 비슷했다. 

스크린에 대한 크기 차이였는지, 혹은 선입견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1인칭 시점 장면 및 익스트림 클로즈업 장면에서의 느낌은 IMAX에서의 꽉찬 화면이 조금 더 좋았다.

허나 IMAX의 화질에 대해서는 조금 불만족스러운 게 종종 느껴지는데, 화면 밝기나 선예도의 면에서는 아무래도 M2관이 한 수 위였던 것 같다.


청각적인 면에서는 M2관의 압승. IMAX관에서는 한정된 채널에서 음향을 표현하고 있었기에 생동감 면에서는 M2관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본편도 본편이지만, 엔딩 크레딧의 음악 역시도 ATMOS 환경에서 꼭 끝까지 들어 봐야 할 정도인 듯. 

다만 우주인 간에 통신을 하는 장면에서 M2관에서는 후방에 있는 인물의 대사가 너무 작아서 잘 안 들렸던 것은 아쉬웠다. IMAX관에서 볼 때에는 그 대사들이 잘 들렸는데 말이지.







90분간의 우주 체험은 이렇게 끝이 났고, 나는 마지막 장면의 주인공처럼 지면에 발을 내딪었다. 

허나... 걸음걸이가 쉽게 되지 않았던 사람은 나 뿐인가......






그래비티 (2013)

Gravity 
8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에드 해리스, 오르토 이그나티우센, 폴 샤마
정보
SF, 드라마 | 미국 | 90 분 | 2013-10-17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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