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22 18:50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가족의 시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そして父になる 

Like Father, Like Son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2013 









두 남자가 있다.


한 남자는 도쿄에서 성공한 건축가로, 소위 잘 나가는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물질적으로 넉넉함을 지니고 있고, 아내와 외동아들이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바탕을 마련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자신의 노력에 의한 성취를 즐기는 삶을 사는 인물이다.


또 다른 남자는 지방의 소도시에서 전파상을 꾸리며 아내와 세 아이와 작은 집에서 아둥바둥 살고 있다.

그는 자신의 돈을 쓰기 아까워 하며, 조금 더 많은 보상금을 받을 생각을 하고 있다.

내일 할 수 있는 일은 굳이 오늘 하지 않는, 핑계가 많은 인물이다.




두 아버지가 있다.


한 아버지는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시간은 항상 아들과 어울린다.

자신의 아이와 함께 목욕하고, 함께 자며, 고장난 장난감도 손수 고쳐주고, 놀이터에서도 함께 놀아 준다. 자신의 시간을 아이와 쓰는 것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는다.


또 한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노는 법을 잘 모른다. 또, 아들과 보낼 시간도 충분치 않다.

아들을 위해 직접 만든 연을 가지고 연날리기를 하는 것보다는 다른 장난감을 사주고, 맛있는 음식을 하나 더 사주는 것으로 자신의 사랑을 대신하려 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 료타는 첫번째 남자이며 두번째 아버지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을 누리고 있으면서 가정적으로 충실하려 노력하지만, 바쁜 직장일 때문에 자신의 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사람이다. 

대신에 아들에게 항상 최고의 것--영화 내에서는 사립 유치원, DSLR 카메라, 소고기로 대변되는--으로 보답하려 노력하는 인물이다.


또 다른 아버지 유다이는 넉넉한 경제적 바탕을 가지고 있지 못해, 뭔가 항상 돈에 찌들리는 듯한 삶을 살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전파상은 기껏해야 400엔짜리 전구나 몇개 팔리는 정도이고, 조그만 디지털 카메라, 냉동만두로 대변되는 그의 삶이지만, 그는 그의 다른 모든 시간을 세 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로 살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이 두 아버지에게 말도 안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6년을 키운 아들들이 사실은 출생 시 입원했던 병원에서 서로 바뀌었던 것.

료타의 아들 케이타는 사실 유다이의 아들이고, 유다이의 아들 유세이는 사실 료타의 아들이었다.


두 아들을 서로 바꾸는 것을 잠정적으로 동의한 두 가정은 아이가 상대의 환경에 적응하도록 상대방의 집에 머무르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겪게 한다.

허나, 자신의 돈을 쓰는 걸 아까워하고, 조금이라도 많은 합의금을 병원에서 받고자 하며, 또 기본적인 식사 매너도 없고, 아이가 다쳤는데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 유다이 부부의 모습은 료타의 시선으로는 (또 관객의 시선으로도) 전혀 용납할 수 없는 가정 환경이었다.

이 환경을 참을 수 없는 료타는 두 아이를 자신이 모두 키워야겠다는 다짐까지 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케이타는 항상 집에서 혼자 목욕하고 치기 싫어하는 피아노를 억지로 배워야 했지만, 유다이의 집에서는 좁은 목욕탕이지만 함께 목욕하고 함께 놀아주는 유다이가 있다. 케이타는 고장난 로봇 장난감도 직접 고쳐줄 수 있는 유다이와의 환경이 좋았다.

항상 동생이 있었으면 하는 케이타에게 동생도 새로 두 명이나 생겼다.


유세이는 '호텔과 같은 집'에서 맛있는 음식과 신기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었지만, 혼자서 집안에서만 노는 게 너무 갑갑했다. 더욱이 이제는 그냥 놀러가는 입장이 아니라 료타가 자신의 아버지가 되자, 유세이는 그것을 더욱 견딜 수가 없어졌다.

새 옷과 선물들이 생겼지만, 아버지와의 자유로운 놀이는 없어졌고 새 아버지의 규칙과 강요가 남았다. 부모의 허락없이 밖에서 놀 수도 없었고, 나를 위해 연을 날려줄 사람도 없어졌다.

결국 유세이는 낳아준 아버지 료타를 떠나 길러준 아버지 유다이에게로 도망가 버린다.




'낳은 정도 있지만 키운 정이 큰 법이야'


료타의 장모는 료타에게 이런 말을 전하곤 했지만, 그는 사실 냉정하게 생각하고 싶었다.

그는 케이타가 자신을 닮지 않아 승부욕은 전혀 없고 느긋하기만 한 것이 항상 불만이었다.


지금은 티가 잘 안 나지만, 점점 아이가 클수록 아이는 료타를 닮기 보다는 유다이를 닮아 갈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더 크기 전에 서둘러 바꾸는 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유세이는 이미 유다이와 마찬가지로 음료수 빨대를 씹어 놓고, 말 끝마다 '오 마이 갓'을 외치는 유다이의 아들이 되어 있었다.


유세이를 자신의 아들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교육 철학과 방침을 가지고 유세이를 가르치려 했다. 

그러나 결국은 낳은 아들도, 기른 아들도 자신에게서 떠나려 했다.

료타가 유세이를 찾으러 유다이의 집에 찾아갔을 때, 케이타는 방구석에 숨어 료타의 눈에 띄려하지 않았다. 

생자만을 생각했던 료타 역시 케이타를 찾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료타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료타는 자신이 받은 돈봉투를 돌려주기 위해 자기 아이들이 바뀌는 데 관여되었던 간호사의 집에 찾아갔는데, 이 집앞에서 간호사와 사소한 말다툼이 생긴 것이다.

이 간호사는 아이가 있는 남자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있었는데, 마침 이 간호사의 남편의 아들이 말다툼을 듣고 문 밖으로 나오게 된다.

"넌 관계 없는 일이니깐 들어가" 

료타는 그 아이를 꾸짖으며 돌려 보내려 하자, 이 아이는 료타를 쏘아본다.

"우리 엄마니깐 관계 있어요"




료타의 아버지는 료타와 같은 사람이었다.

아들에 대한 정은 있었으나, 그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그리고 잘 표현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료타의 아버지 역시 료타에게 연을 한번도 날려준 적이 없었으며, 료타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아버지로 사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이었다.


은퇴 후 자식과 따로 살고 있는 료타의 아버지는 아들들이 보고 싶어 아프다는 거짓말을 해서 자신의 집을 방문하게 했다. 나이가 들어서야 자식들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여태까지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몰랐던 료타는 간호사의 집에서의 사건을 겪은 후, 이제서야 부모님께 먼저 안부 전화를 하게 된다.


유세이의 가출과 간호사의 집의 사건을 겪은 료타는 유세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한 아이와 살을 부대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내었고, 유세이는 새 부모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이들 가족은 한 가지씩 자신의 소원을 빌었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한 료타와 그의 아내였으나, 유세이의 소원은 단 하나 뿐이었다. 

"집에 돌아갈 수 있게 해 주세요"




다음 날 아침, 

료타는 케이타가 있었을 때와 같이 카메라를 들어 자고 있는 아내와 유세이의 사진을 찍었다.

방금 찍은 사진을 확인하던 그는 문득 케이타를 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찍은 케이타의 사진을 보고, 그리고 자신이 잠들어 있는 동안 케이타가 '아빠'의 모습을 찍어 남긴 사진들을 발견하게 된다.


케이타를 보내기 전, 

료타가 케이타에게 마지막으로 "카메라 선물로 줄게"라고 했을 때, 케이타는 그저 고개만 저었다.

케이타가 원한 것은 DSLR 카메라가 아니라, 카메라로 담고 싶은 대상, 바로 '아빠'였다.




료타는 류세이를 데리고 류다이의 집을 방문하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결말을 통해 이들이 이후에 다시 아이들을 바꿔 데려왔는지 그대로 키웠는지를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강한 여운을 남기면서 끝을 내고 있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 하나 같이 하는 말 "영화가 잔잔해"


정말로 그럴 것이 영화는 시종일관 카메라를 배우들에게서 거리를 둔 채 조용히 관찰만 할 뿐이다. 

배우들에게 감정을 요구하지도 않고, 행동을 지시하지도 않은 채 관조적으로 지켜보기만 한다.

때문에 아이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안 두 가정의 부모들에게서 흔히 보일 법한 분노나 원망도 없으며, 새로 바뀐 가정환경에서 보일만한 갈등과 짜증도 없다. 더 나아가 료타와 케이타의 재회 장면에서 눈물이나 억지스러운 감동도 없다.

이러한 플롯을 가진 시나리오가 있다면 많은 영화에서는 결말부에서 관객들이 최대한의 눈물을 짜내려고 온갖 장치를 동원했을 텐데, 이 영화는 이러한 인위적인 감정 과잉 표출 없이 은은한 감동을 주고 있었다.


덕분에 영화를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생각이 많아지게 한 영화였다.

어떻게 사는 것이 남자답게 사는 것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아버지답게 사는 것인가.


료타라는 인물은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도시의 젊은 남성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남자에게 그리고 아버지에게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할과 가정에서 요구하는 역할이 어느 정도 부딪힐 수 밖에 없다.

료타의 이미지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역할에 충실해져야 하는 남성의 모습이며, 이게 바로 우리의 자화상이다.

영화 초반 "노노미야씨 같이 일해주는 사람 덕분에 내가 주말에 아내랑 긴자에서 영화를 볼 수가 있게 되었네"라고 하는 료타의 직장상사의 대사에서 바로 두 가치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오늘날의 젊은 아버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글은 두 남자를 대조하는 형식으로 시작했지만, 영화에서는 두 남자를 양 끝의 대척점으로 묘사하지 않기 때문에 두 사람의 행동 양식이나 생활 방식 중 어느 하나가 잘한 것이고, 잘못한 것이라고 지칭할 수는 없다. 

(서로 다른 두 행동과 두 환경을 여러 오브제를 사용하여 그 차이점을 대조적으로 보여주고는 있는데, 이것은 료타와 케이타의 심리 변화를 보여주기 위한 영화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하게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13)

Like Father, Like Son 
8.4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후쿠야마 마사하루, 오노 마치코, 마키 요코, 릴리 프랭키, 니노미야 케이타
정보
드라마 | 일본 | 121 분 | 2013-12-19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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