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08 22:28

치열한 연출과 연기, 롱테이크의 힘. <노예 12년>





남북전쟁 이전의 미국 남부의 노예의 삶을 다룬 영화는 언제나 불편하다.

2012년에 제작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 분노의 추적자 (Unchained Django)>에 이어 2013년에는 스티브 맥퀸 감독이 <노예 12년 (12 years a slave)>를 통해 1800년대 중반 미국 남부의 흑인 노예제도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타란티노는 자신이 자주 쓰는 '복수'의 테마를 잘 활용하여 한편의 통쾌한 서부극을 만들었지만, 타란티노 영화 스타일 자체가 심각한 비장미를 보여준다기보다는 부조리한 상황을 폭력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을 낄낄대며 볼 수 있도록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스티브 맥퀸이 이 영화를 통해서 보여주려고 하는 치열한 묵직함과는 매우 다른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뉴욕에서 자유인으로 살고 있던 흑인 음악가가 인신매매범들에 의해 노예로 팔려 나가게 되어, 무려 12년 동안이나 가족과 떨어져 지옥같은 삶을 지냈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그 처절한 삶의 모습을 관찰자적 시점에서 하나하나 열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이 그 장면들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기에는 너무 불편한 영화였다.


온갖 부조리함과 부도덕함이 판을 치고 있었고, 육체노동과 폭력, 핍박, 성적 노리개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흑인 아니, 깜둥이들은 백인 농장주들에게 있어서는 원숭이보다도 못한 존재였고 오히려 그 부조리함과 부도덕을 정의라고 부르고 있었을 뿐이다. (판사라는 작자도 농장에서 흑인 노예들을 부리고 있으니 대체 정의는 어디 있는가)

백인 농장주는 하나 같이 열성적인 크리스찬이였으며, 그들이 읊어대는 성경 구절은 노예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는 연고가 아닌, 오히려 그들을 핍박하는 도구였다는 아이러니를 보여 주고 있다. 오히려 노예들의 유일한 위안은 그들의 노래(흑인영가, Spiritual)였을 뿐. 이 영화에서 "Roll, Jordan, Roll (흘러라 요단강아)"이라는 노래로 대변되는 그들의 노래는 이승에서 지옥같은 삶을 살고 있는 그들에게 내세에서의 천국의 삶만이 바랄 수 있는 희망이었다는 안타까움을 보여주고 있다.


빚을 내어서라도 노예를 구입해 농장을 경영하는 농장주들의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흑인의 가족은 그 개념조차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어떻게 하면 인간이 그렇게 지독해 질 수 있을까라는 물음까지 던져 주고 있었다. 며칠이면 자식들이 잊혀질 꺼라고? 어떻게 사람이 그게 가능할까?

(이러한 점은 <장고>에서도 동일하게 지적하고 있던 물음이었다.)


더 끔찍한 점은, 이 주인공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 분)이 자신의 겪은 일을 바탕으로 적은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그야 말로 실화였다는 사실.





감독은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을 유려한 연출법을 이용하여 표현하고 있었다.


노예로 팔려한 솔로몬의 모습을 과거의 자유인 솔로몬의 모습과 교차편집하여 과거의 회상 장면을 그리고 있는데, 시간이 갈 수록 그 편집의 속도를 빠르게 전개하여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괴리감 없이 연결함과 동시에 주인공 솔로몬의 심정을 관객이 쉽게 이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매우 효과적인 장치였다.


영화는 주요 사건의 장면에서 롱테이크 기법을 사용하여 주인공의 처절한 심정을 극대화하여 표현하였다. 

감금된 솔로몬이 몽둥이 찜질 당하는 장면, 솔로몬이 밧줄에 매달려 아둥바둥대는 장면, 팻시(루피타 니용고 분)가 채찍질 당하는 장면 등이 대표적인 롱테이크 장면들로 주인공이 겪는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관객이 함께 느낄 수 밖에 없는 강렬한 연출이었다. 

특히 솔로몬이 밧줄에 매달리는 장면과 팻시 채찍질 장면은 너무 충격적이면서도 인상이 강하게 남아 그 처절함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 고통 받는 솔로몬을 아무도 차마 도와주지도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던 주변 인물들의 심리, 그리고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채찍을 잡아야만 했던 솔로몬의 모습을 관객도 어쩔 수 없이 그저 긴 시간 지켜만 보고 있어야 했다는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팻시 채찍질 장면은 심지어 하나의 카메라를 휙휙 돌려가며 시점전환까지 시키는 극단적인 카메라 연출을 통해 긴장감의 극을 보여 주고 있던 명장면이었다.

"Roll, Jordan, Roll"을 부르는 장면에서의 클로즈업 & 롱테이크, 그리고 솔로몬의 마지막 얼굴 연기를 클로즈업으로 잡아 롱테이크로 표현한 장면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 솔로몬이 구타당하는 장면과 밧줄 장면에서는 로우 앵글의 카메라를 사용하였는데, 바닥에서 위로 치켜 올려보는 카메라를 통해 주인공의 고통을 더욱 처절하게 표현하는 매우 효과적인 장치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연기는 마이클 패스밴더의 악독 농장주 연기.

'이 동네의 미친 놈은 나야'라는 모토를 가지고 연기를 했는지, 정말 지독하고 지독한 악역을 제대로 표현해준 연기였다. 지금까지 봐 왔던 마이클 패스밴더의 연기 중 가장 인상적인 연기였는데,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못 봐서 자레드 레토의 연기를 모르겠지만 자레드 레토가 아니였다면 마이클 패스밴더에게 남우조연상을 줬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치웨텔 에지오포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았고, 처절한 노예의 삶을 매우 치열하게 연기로 보여준 모습이었다.

다만, 이번에 오스카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루피타 니용고의 연기는 좋은 연기기는 했으나, 상을 받을 정도의 연기였는가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메리칸 허슬>에서의 제니퍼 로렌스가 훨씬 좋았던 것 같은데... (작년에 상 받았다고 안 준건가...)



끝으로 당시 워싱턴에 노예 암거래 시장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매우 충격적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인신매매는 가장 지독하게 다스려져야 할 범죄라는 생각이다. (현실에서는 그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더욱 씁쓸하지만...)




영화에서 두 노래가 등장하는데, 티빗(폴 다노 분)의 노예학대 사상(?)을 담은 어처구니 없는 가사의 "Run, Nigger, Run" 그리고 앞서 언급한 "Roll, Jordan, Roll"은 서로 다른 의미를 지녔지만 흑인 노예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노래들이다. 




"I don't want to survive, I want to live." - Solomon Northup




노예 12년 (2014)

12 Years a Slave 
8
감독
스티브 맥퀸
출연
치에텔 에지오포, 마이클 패스벤더, 베네딕트 컴버배치, 브래드 피트, 루피타 니용고
정보
드라마 | 미국 | 134 분 | 2014-02-27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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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2
  1. Favicon of http://freaking.tistory.com BlogIcon 지식전당포 2014.03.13 03:5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잘 봤습니다~ 종종 놀러올게요 ^^

    • Favicon of http://gp.pe.kr BlogIcon 지피군 2014.03.14 11:28 신고 address edit & del

      반가워요~ ^ㅁ^ 누추한 곳이지만 들러주세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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