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16 17:05

님포매니악: 남성성이라는 이름의 사회의 폭력에 대한 반란


< 주의 >


이 글은 '님포매니악'과 감독의 전작 '안티크라이스트'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두 영화의 내용을 미리 알기를 원치 않는 분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글입니다.


또, 19세 미만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읽기에 부적절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므로, 19세 이상의 성인들만 읽으시기를 바랍니다.










nym·pho·ma·niac [nìmfǝméiniǝ] n. 여자 음란증, (여자의) 색정광(色情狂).

-ni·ac [-niæ̀k] ɑ., n. 색정증의 (여자).


제목부터 드러내놓고 성(性)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다던 라스 폰 트리에 감독.

굳이 이렇게 드러내지 않아도 '도그빌(2003)', '안티크라이스트(2011)' 등의 여러 작품에서 성을 다루고 있었던 그가 4시간이나 되는 이 작품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대체 뭐였을까.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접할 수 있었던 이미지나 포스터들은 매우 에로틱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영화를 보면 이게 다 낚시였다고..... -_-






영화 개봉 이전에 공개된 위 두 이미지만 놓고 보면, 여러 명배우들이 나와서 온갖 짓을 벌이는 매우 야한-_- 영화겠구나라는 생각도 들겠는데... 

1부에서도, 2부에서도, 표현 수위는 정말 후덜덜할 정도로 높지만, 전혀 에로틱함을 느낄 만한 장면은 없다. 

왓챠에서 어떤 유저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기도 했다.

"야한거 볼라고 봤다가 고자가 된 느낌"


1부는 내용이 비교적 가벼운 편으로 블랙코미디의 성격을 띄고 있는가하면, 2부는 보고 있는 게 너무 힘들 정도로 계속 아슬아슬한 줄을 타는데, 가히 부제를 붙이자면 '폭력의 역사' 같은 걸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다.






1.


'님포매니악'은 '도그빌'과 '안티크라이스트'의 연장선 상에 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감독이 다루고 싶었던 이야기의 방향성은 서로 달랐지만, 특히 '안티크라이스트'의 속편 격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실제로 이 작품의 2부에서는 '안티크라이스트'의 오프닝 씬을 패러디한 씬도 등장하는데, 뒤통수를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


어떤 골목에서 쓰러져 있는 50대 여성 조(샤를로뜨 갱스부르 분)를 유태인 남성 셀리그만(스텔란 스카스가드 분)이 발견,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그녀를 쉬게 하면서 그녀로부터 듣게되는 색정광 조의 일대기를 그리게 된다.

예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가 그랬듯 이 영화 역시 각 사건을 여러 장으로 구분하였는데, 독특한 점이 있다면 각 장을 구분한 것은 감독이라기보다는 영화의 화자인 조라고 할 수 있다. 각 장의 제목은 그녀가 머물러 있는 셀리그만의 집 내부에 있는 여러 사물로부터 따온 것. 1부에서는 5개의 장을 통해 유아시절로부터 청년시절까지의 조의 성경험을 풀어 놓고 있으며, 2부에서는 청년 이후의 그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일관적인 사항은 한 가지로, 일찌감치 성에 눈을 뜬 여성이 자신의 성욕을 채우기 위한 일생동안의 여정이 그것이라 할 수 있다. 순전히 육체적 쾌감의 목적만을 가진 섹스에서 시작한 그녀는 사랑을 통해 섹스의 희열을 더 했으나, 결국 그것만으로는 자신의 육체를 채울 수 없어 보다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고, 이 과정에서 망가져가는 여성의 육체와 마음을 보여준다.










1-1.


시간이 지날수록 파국으로 치닫는 여성을 그린다는 점은 감독의 전작 '어둠 속의 댄서(2000)', '도그빌', '안티크라이스트', '멜랑콜리아(2011)'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여주고는 있으나, 앞의 두 작품에서는 남성성의 폭력에 의해 파괴되는 여성의 모습을 직접 그리는 반면, '안티크라이스트' 이후의 작품들에서는 이전작들에서는 완전히 배제되어 있던 여자주인공 당사자의 입장을 함께 그리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님포매니악'에서는 이 문제를 표현하는 데 있어 더 나아가 여성의 관점에서 남성의 성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 더 진일보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1부와 2부에서 각각 언급되는 대사 '날개가 있는데 좀 날면 어떤가', '파도를 백사장에 가둘 수는 없지'에서 이러한 관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만 감독의 모든 작품들은 남성인 감독 자신이 직접 각본을 쓰고 있는데, 과연 얼마나 여성의 관점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을 것인가에 대한 점의 여전히 의문점이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자주인공은 너무 가혹하리만큼 성적 학대를 겪게 되는데, 이 점에 있어서 감독이 얼마나 여성의 입장을 대변해 주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한다면, 전혀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안티크라이스트'와 '님포매니악'에서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남성성이 여성에 가하는 폭력이 얼마나 가혹한 지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안티크라이스트'는 종교라는 이름 아래 무차별하게 억압받고 학대 받았던 여성들을 보여주며, 남성성의 폭력이 역사를 통해 여성들을 어떻게 죽여왔는지를 드러내었다. 

'님포매니악'은 표면적으로는 주인공 여성이 자신의 육체적인 쾌락만을 위해 살아온 과정을 그리지만, 그 이면에는 남성의 성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실 감독이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 보여주고 있는데,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었다면 주인공에 대한 평판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발언이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호색한이든 색정광이든 이런 성적 욕망을 타고나는 것은 남녀 가릴 것 없이 개인 차이로 나타날 수 있는데, 그 당사자가 여자라는 이유로 대상에 대한 사회적인 지탄이 커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회에 암암리에 규정되어 있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고정관념에 의해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남성의 폭력은 엔딩에서 한번 더 각인되는데, 조의 이야기를 객관적인 자세로 끝까지 듣고 있던 셀리그만이 돌연 변신하여, 이제는 몸과 마음을 치료해야 겠다고 마음먹은 조를 겁탈하려 하는 최종 장면에서 감독의 주제를 다시 보여주게 된다. 특히 조는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은 후 셀리그만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갖게 되는 친구'로 생각하게 되었는데, 셀리그만의 돌발적인 행동에 '처음으로 섹스를 거부'하는 행동을 취하게 된다. 

셀리그만의 행동은 그야말로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남성성의 폭력을 드러낸다. 그의 대사 '수천명의 남자와도 했으면서'에서 사회에서의 남성성의 폭력을 더 해주고 있는데, 바로 직전에 보여 주었던 '색정광 여성이 받게 되는 남성으로부터의 시선'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사로, '어느 남자든 받아주는 게 당신이 아니냐'라는 지극히 남성 중심의 사고를 대변하고 있다.


한 가지 의아한 점은, 동정의 남성 셀리그만이 바지를 벗고 조를 향해 다가오는 모습에서 그는 단지 '삽입'만을 원하였던 것인가라는 점인데, 그는 앞서 스스로 성욕이 없다고 밝혔고 이 장면에서의 셀리그만의 성기는 전혀 발기되어 있지 않았다. 어찌보면 셀리그만의 행동은 순전히 그의 성욕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지식을 추구하는 그의 호기심에서의 발로일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사에서 보여주는 남성성의 폭력은 전혀 달라질 것이 없다.


이 마지막 장면은 2부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잠시 드러냈던 인간의 '위선'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인간의 순수함을 주장했던 셀리그만과 달리 조는 인간은 위선적인 존재라는 언급을 했는데, 순수함을 주장했던 셀리그만이 '위선'의 행동을 보이게 되면서, 이 영화는 인간의 위선적인 행동 양식을 드러내고 있었다.








1-2.


이외에도 '안티크라이스트'와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는 전개가 있는데, 육체의 쾌락에 빠진 주인공이 맞닥뜨리게 되는 불행의 사건, 그리고 자신의 상황에서 빠져 나오려 하는 몸부림의 과정이 그것이다.

특히 앞서 밝혔던 '안티크라이스트'의 패러디 장면의 경우, '안티크라이스트'에서 부부가 섹스에 빠져 자신의 아이가 에게 사고가 발생했는지도 모른 채 여전히 섹스를 즐기고 있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님포매니악'에서 이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게 되면서 (심지어 배경음악까지 똑같은 음악으로 깔았다...) 조의 아들 아르셀이 또 죽게 되는 건가 싶어 조마조마했다.. 조는 이 고비는 넘겼지만 자신의 욕망을 위해 가족을 버리고, 몸은 망가지고 생계를 위해 어둠의 세계에서 움직여야 하는 신세가 되어 버린다.

이렇게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조는 (타의에 의해) 심리치료을 받으며 자신의 성욕을 다스리려는 노력을 하게 되고, 이는 '안티크라이스트'에서 스스로 할례를 시행하는 여자주인공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다만 조는 자의에 의한 치료가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의 자리로 다시 돌아오기는 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스스로를 치료하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또, 최종적으로 셀리그만에게 성폭행 당하게 되는 조의 장면은 남편에게 살해당하는 '안티크라이스트'의 그녀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결국 셀리그만은 조에 의해 살해되는 것 같기는 하다만...) 




2.


이 영화에서 감독은 자신의 풍부한 지식을 자랑하고 싶었던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플롯 전개 과정에 다양한 소재를 접목하고 있다.

조의 본격적인 성생활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3+5의 피보나치 수열, 원나잇(?) 상대를 찾는 헌팅의 과정을 묘사하는 민물낚시, 조의 성생활을 묘사하는 바흐의 푸가 등 감독의 영화 서술 기법에 혀를 내둘렀다. 물론 조의 아버지로부터 시작된 물푸레 나무 이야기나, 회화 기법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으나 뭐 이건 별건 아니었고..

2부에서도 여러 미술 작품, 동방교회와 서방교회, 제논의 역설(아니 섹스에서 무슨 제논의 역설...)을 비롯해서 베토벤, 프루지크 매듭까지 들먹이면서 온갖 얘기를 하고 있는데, 1부에서만큼 한 주제를 가지고 진득히 서술하는 게 아니라 그냥 던지는 식으로만 짚고 넘어가는 소재가 많아서 1부에서만큼의 서술 방법에서의 집중력은 떨어졌다.


대신 2부에서는 다루는 소재 자체가 쓰리썸, 사디즘, 마조히즘, 동성애, 심지어는 (일부 언급만 되었지만) 소아성애 등 이전에 비해 수위가 대폭 상승하는 바람에 영화를 보는 것 자체만도 후덜덜했고.. 특히 사디즘과 마조히즘의 묘사는 솔직히 무서웠다..;; 1부에서 나왔던 열차 낚시 사건이나 우마서먼이 등장했던 Mrs.H의 일화는 우스울 정도로;;


'안티크라이스트'와 '멜랑콜리아'에서는 시각적인 방법으로 영화를 표현했던 것에 비해, 이 영화는 소리로 시작해서 소리로 끝난다.

1부의 오프닝은 화면이 밝아 오기도 전에 빗소리로 영화관을 가득 채우더니, 2부의 엔딩은 조를 겁탈하려는 셀리그만을 피해 총에 손을 뻗는 조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화면은 어두워지고 총소리와 신음소리, 그리고 조 집 밖으로 튀쳐 도망가는 소리만 남는다.

오프닝 씬에서 슬로우 모션의 지루할 만큼 긴 배경묘사도 시각적인 묘사가 두드러지지만, 이 장면에서의 주된 효과는 빗방울이 눈으로 바뀌는 청각적인 표사로, 화면은 오히려 청각적인 묘사를 돕는 형국이었다.








3. 


샤를로뜨 갱스부르와 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특히 스텔란의 연기는 정말 감탄하면서 영화를 봤는데, 4시간 내내 보여주는 그의 미묘한 표정 연기가 일품이었다.

샤이어 라보프는 비중있는 역할로 나왔으나 별로 언급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_-


1부의 중간에 깜짝 조연으로 등장하는 우마 서먼은 살을 찌워서 그랬는지 처음에는 바로 못 알아 봤는데 (아래 사진..), 이 장면이 1부의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우마 서먼이었는데, 매우 반가웠고..

2부에서 이와 대조되는 인물이라면 K 역할의 제이미 벨인데, 시종일관 차가운 인상의 역할이기는 했으나 상황 묘사가 매우 뛰어났던 연기었다.


젊은 시절의 조 역할을 한 마틴 스테이시는 처음 보는 신인배우인데, 여러 모로 '몽상가들'의 에바 그린을 연상시키는 배우였다. 샤를로뜨 갱스부르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영화에서 항상 고생을 많이 하는 배우라 볼때마다 안쓰러운데, 이번 영화에서는 정말 너무 많이 맞아서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조가 아이를 낳고 나서 키우는 기간의 3년이라는 시간 차이에서 배역이 마틴에서 샤를로 바뀌게 되었는데, 불과 3년 동안 육아는 사람을 저렇게 늙게 만들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_-이 들었던....








4.


암만 생각해도 4시간 짜리 영화는 아닌 것 같다 (...)





관련 글 읽기:  2012/06/08 - [영화] - 묵시록적 우울증. 멜랑콜리아.








님포매니악 볼륨 1 (2014)

Nymphomaniac: Vol. I 
6.6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출연
샬롯 갱스부르, 스텔란 스카스가드, 스테이시 마틴, 샤이아 라보프, 크리스찬 슬레이터
정보
드라마 | 덴마크, 독일, 프랑스, 벨기에, 영국 | 118 분 | 2014-06-18
글쓴이 평점  




님포매니악 볼륨 2 (2014)

Nymphomaniac: Vol. II 
7.1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출연
샬롯 갱스부르, 스텔란 스카스가드, 스테이시 마틴, 샤이아 라보프, 크리스찬 슬레이터
정보
드라마, 미스터리 | 덴마크, 벨기에, 프랑스, 독일, 영국 | 124 분 | 2014-07-03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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