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03 01:24

인셉션: 2010년도 판 메멘토


"어머! 이건 꼭 봐야 해~"

이 영화 제목을 처음 들은 게 지난 4월인가 5월인가.
놀란 감독 + 디캐프리오의 조합만으로 "어머! 이건 꼭 봐야 해~" 했던 영화.

영화 개봉과 동시에 눈과 귀를 막았다. 
'인셉션'의 '인'자만 보여도 치워버렸다.
드디어 오늘 영화를 보고 왔으나.

'음...? 이게 뭐야'

별로 이 영화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무의식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나보다.
생각보다 별로인 거다!!!

개인적인 느낌은 매트릭스의 개념을 누진적으로 엮은 메멘토의 2010년 판??



메멘토의 2010년판?

놀란 감독의 영화를 처음 접했던 게 2001년에 한국에서 개봉했던 '메멘토'.
단기 기억 상실증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시간 흐름을 역으로 편집하여 거꾸로 근원을 찾아 해답을 얻었던 영화였다.
정신줄 놓으면 영화 이해 못한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영화 반복해서 보기의 유행을 이끌었던 메멘토.
(이 영화에 매트릭스의 트리니티 역을 했던 캐리 앤 모스가 나왔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모르셨다면 당신의 기억도 메멘토 ㅋ)

메멘토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00 / 미국)
출연 가이 피어스,캐리 앤 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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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때 무지 겁을 주면서 홍보를 했기 때문에 잔뜩 긴장하고 영화를 봤더니 내러티브가 생각보다 잘 풀려 나갔다. 
당시 비슷한 시기에 모니카 벨루치가 출연했던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도 동일한 방법으로 편집했고, 좀 지나서는 진화한 형태의 시간 파괴적 편집 방법은 '21그램', '바벨' 등에서 관람객을 더욱 정신차릴 수 없을 정도로 만들었다.

돌이킬 수 없는
감독 가스파 노에 (2002 / 프랑스)
출연 모니카 벨루치,뱅상 카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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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그램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 (2003 / 미국)
출연 숀 펜,베네치오 델 토로,나오미 왓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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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 (2006 / 멕시코,프랑스,미국)
출연 브래드 피트,케이트 블란쳇,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야쿠쇼 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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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그램'의 경우에 무관해 보이는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시간에 관계없이 편집하다가 
최종적으로 특정한 사건에 그 인물들을 모아 두고 이들간의 관계를 형상화하는 독특한 형식을 취했고, 
'바벨'은 아예 스케일을 더 키워서 동시간 대에 일어나고 있는 
네 지역의 사건(모로코 관광 중인 미국인, 모로코 주민, 일본에 거주 중인 일본인들, 미국 국경을 넘는 멕시코인)의 관계를 
쉴 새 없이 교차편집하여 한 개의 사전으로 연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복잡한 영화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도 안 난다. 제길.. -_-)


(이제부터 영화의 본격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셉션은 사람의 꿈을 타고 들어가 그 안에서 새로운 꿈을 경험하는 방식으로 동시에 최고 5가지 사건을 경험하게 된다. 
(실제로 가장 외곽의 사건은 잘 들어나지는 않지만.)
그런데 이 꿈이라는 구조가 사실 액자형 구조에다가, 영화 내에서 각 꿈 내의 배경이 현저하게 달라지고 있어서 
내러티브의 불친절함이라는 걱정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교차 편집을 복잡하게 사용은 했으나 내러티브의 복잡성을 주기 위한 퍼즐 구조, 혹은 미로 구조의 형식을 띈 것이 아닌,
사건의 긴박성을 고조시키기 위한 교차편집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오프닝 시퀀스 이후 영화 초반의 사이토와 관련된 사건에서는 정신줄을 놓고 영화를 보고 있던 관계로
이 부분의 내용은 이해를 못하고 있다. 
허나 오프닝 시퀀스가 '림보'라는 사실과 코브가 사이토를 데리러 왔다는 사실만은 문제가 없다.


그러면 뭐가 대체 별로였던 거지??

잘 모르겠다. 뭐가 문젠지.
꿈을 소재로 하는 영화나 소설을 많이 있었다. 허나 꿈을 조작하거나 바꾸려는 시도는 흔한 시도는 아니다.
허나, 드는 생각인 즉. '매트릭스'에서 경험한 가상현실에 대한 기시감?

매트릭스나 인셉션이나 현실은 시궁창이란 점. 
(매트릭스는 현실 자체가 시궁창이였고, 인셉션은 주인공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이겠지만)
정해진 목표를 위해 가상의 공간으로 뛰어든다는 점. 
가상 세계에 접해 있는 동안에는 외부에서 깨어 지키는 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
내부적 요인 및 외부적 요인에 의해 당사자의 신체적/정신적 피해가 생긴다는 점.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연결하는 고리가 존재한다는 점.
두 세계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
등장인물이 가상의 세계 속에서 현실을 바꿔려고 한다는 점.
이거 다 매트릭스에서 본 내용이잖아?

다른 점이라고 하면. 
인셉션에서는 꿈의 깊은 단계로 새로 접속할 수 있는 다중 매트릭스 구조를 가진다는 점.
매트릭스에서는 현실에서도 미친듯이 싸웠는데, 인셉션에서는 잠만 쿨쿨 잤다는 점.
(1단계 꿈 속에서의 세계가 사실 매트릭스에서의 현실과 대응된다고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매트릭스는 주인공이 세계관 사이에서 방황하지만, 
인셉션은 부인이 세계관 혼란의 피해자로 등장하고, 주인공은 방황보다는 죄책감에 휩싸여 있다는 점.


영화 자체는 괜찮았는데..

지금 와서야 매트릭스 운운하고 있지만, 사실 영화감상 시 매트릭스의 기운을 느낀 것은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될 때 뿐이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재미도 느꼈고, 주인공 코브의 심정에 공감도 하고 나름대로 좋은 간접 경험의 시간을 가졌다.
특히 호텔 신에서의 무중력 액션은 놀라운 시도였다!!
한스 짐머 아저씨의 음악 역시 나를 자극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2시간 20분의 러닝타임 동안 나를 강렬하게 이끌어 오는 포스, 임팩트, 아우라는 느낄 수 없었다.
올해 보았던 아바타와 같은, 허트로커와 같은 강력한 힘은 나에게 전달되지는 않았다.


극장 탓인가...

극장을 선택하는 데에는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로 상영하는 영화는 필름 상영은 보지 않는다는 점, 대작은 스크린 넓은 몇몇 상영관에서만 본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번에 CGV 무료 예매권을 가지고 있어서, 이놈을 쓰려고 하다보니,
자주 가지 않아 극장 시설 및 좌석 배치도 잘 모르는 압구정 CGV를 시간이 맞는다는 이유로 택했고,
심지어 여기서는 필름 상영이였고,
딸내미와 덜어져서 영화를 볼 수밖에 없었던 모녀를 위해 자리를 바꿔 준 것이 하필이면 맨 뒷 자리였다는 것이다.
압구정 CGV 1관 맨 뒷자리에 앉아서 영화를 보니, 
화면은 정말로 구경꾼이 되서 남 얘기 보는 것 같은 시선에..
내 자리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리어 사운드..  6~7채널의 모든 사운드는 전면에서만 들릴 뿐이고.. ㅠㅠ
극장 선택과 자리 선택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좋은 경험이였다.. -_-;;


끝으로...


재미는 있었으나 뭔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마도 최선의 대안은 좋은 시설에서 다시 보는 게 아닐까 싶다.
일단 한 번 봤으니 그동안 미뤄뒀던 관련 글도 좀 읽고 이해하지 못한 초반의 꿈 얘기도 다시 정리를 해 봐야 겠다.
그리고 씨너스 이수 5관에서 디지털 4K + 미친듯한 DTS 사운드로 한번 더 감상을 해야겠다.
좋은 영화였음에는 이견이 없다. (실컷 까 놓고 나서 한다는 말... ㅋㅋ)

덧. 영화의 결말은 '꿈'의 2가지 의미인 '1) 잠자는 동안에 생시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는 일 2) 실현시키고 싶은 바람이나 이상' 중에서 두번째 의미로서의 꿈의 실현이라는 의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 신발 쿰' 이런 건 좀 아닐 듯.. 팽이는 영화 중간에 한번 넘어졌지 않냐구!

덧2. 인셉션 타임라인 순 완전 정리한 블로그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http://shougeki.egloos.com/2651159


인셉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10 / 영국,미국)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타나베 켄,조셉 고든-레빗,마리안 꼬띠아르,엘렌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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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itgling.com/bbaggom27 BlogIcon Emily☆ 2010.08.03 22:4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잇글링] 어! 맞아요 맞아!!!영화보면서 메멘토 생각을 계속 했어요!! (보러가기 : http://www.itgling.com/spot/24809?reply_nid=170600 )

  2. Favicon of http://www.itgling.com/imgp0427 BlogIcon 지피군 2010.08.03 23:3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잇글링] 그 감독이 그 감독이라서요. ㅎ (보러가기 : http://www.itgling.com/spot/24809?reply_nid=1707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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