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6 01:04

벼락치기 간사이 여행 07: 교토로..

- 지난 이야기 - 
도톤보리에서 돌아온 지피군은 호텔에 힘겹게 들어와서 힘겨운 밤을 보내고 첫날의 일정을 마치게 된다..




#1. 둥근 해가 떴습니다

하아..
이 호텔의 안 좋은 점을 한 가지 더 알았어..
이전 포스트(http://gp.pe.kr/75)에서 호텔 지도를 봤다면 이미 눈치챘겠지만...
이 호텔은 철길 바로 옆에 있다는 거다.

휴. 난 정말 피곤해서 내가 생각한 기상시간(6시 30분)까지 푹 자고 싶었다만,
저 놈의 기차소리 때문에 5시반부터 잠을 깼단 말이다!!!

5시반부터 침대에서 1시간이라도 더 자 보려고 고군분투했으나 그 때부터는 결국 선잠 밖에 잘 수 없었고.
교토에 가야하는 오늘의 일정을 생각하면 더 이상 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오전 7시. 
어제 피눈물나는 돈 550엔을 주고 조식 식권을 들고 1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내려갔다.
보통 조식은 6시나 6시반부터 제공하지만 이 호텔은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동안 제공.
아침을 조금 일찍 먹고 7시에는 방에서 나가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전날 체크인하면서 운영시간을 보고는 30분 더 자기로 했던 거다.

신-오사카 스테이션 호텔은 양식과 일식 2가지 중 택일하여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다.
양식이라고 해 봤자 샌드위치에 계란. 
오믈렛도 주지 않는 양식 조식 따위는 먹지 않는다.
그리고 자고로 나는 일본에 왔으니 최대한 일본 음식을 먹어야 하기에 선택한 일본식 조식.

 
이따다끼마쓰~

계란말이, 날계란, 해초, 가지, 생선, 나또, 짠지, 조미김, 장국의 단촐한 아침식사.
생선은 써 있기는 연어라고 써 있는데 연어가 아니다. 낚였다. 근데 맛있었음.
나또와 우메보시는 내가 썩 반기지 않는 일본음식인데, 이번에는한번 시도해 봤음.
그리고는 콩 몇개만 건져 먹고 끝. 난 이 정도밖에 못 먹겠다. 많이는 못 먹겠음. ㅠㅠ



#2. 우메다역으로

오늘의 목적지는 교토(京東).
오사카에서 교토를 가는 방법에는 JR을 이용하는 방법과 한큐(板急)센 전철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숙소가 신오사카역이기 때문에 JR선을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난카이 쓰루토 패스(http://gp.pe.kr/68 참조)를 미리 사 두었기 때문에 한큐센을 이용하기로 했다.
 
 
간사이 쓰루토 패스 2일권의 앞면과 뒷면. 뒷면에는 카드를 사용한 날짜와 시간이 찍힌다.


신-오사카 스테이션 호텔 전경


전날 밤 호텔로 거의 도착해서 호텔 앞 철로 근처에 육교가 있는 걸 발견했다.
왠지 그 육교를 이용하면 미도스지센 지하철과 가까이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쪽으로 올라갔다.

역시 길이 있다!

호텔 앞 육교에서 바라본 JR 신오사카역


육교를 건너서 왠지 이쪽으로 가면 될 것 같은 길로 따가 다가보니 전날 밤에 헤매고 있던 길이 나왔다 -_-;
걷는 시간 대략 15분~20분 절약 -_-;;

빨간 화살표는 전날 밤에 호텔 갈 때 간 길. 파란 화살표는 아침에 온 길 -_-



어제 이것도 모르고 쌩 고생.. ㅠㅠ

근데 7월 중순에 습하고 더운 오사카의 날씨로는 이 길도 상당히 멀다. 
지하철역 오는 사이에 땀이 벌써 나 버렸음..


오전 8시 10분. 미도스지센 신오사카역.
때는 금요일 오전 출근시간이었다.
오사카의 아침도 여느 대도시와 다를 것 없이 출근시간은 붐비고 복잡하다.
다만 놀라운 점은 지하철 줄을 3m가 넘는 길이로도 2줄을 맞추어서 똑바로 선다는 것.
그리고 한대가 왔을 때 못타게 되도 줄을 유지한 상태로 그대로 다음 차를 기다린다는 것.
한두명 정도 급한 사람은 줄 뒤에서 나와 힘겹게 사람들을 밀면서 지하철을 타기는 했지만 질서가 깨질 정도의 상황은 아니었다는 것.
사람이 많아 한대를 보내고 다음 차를 탔다.
다행히도 신오사카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타게 되어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일본의 지하철 풍경은 예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독서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다. 만화책을 읽는 사람도 많고. 
요새 우리나라 지하철에는 너도나도 스마트폰 구경하는 사람들 뿐인데 (나도 그렇지만) 일본에도 스마트폰이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독서하는 사람이 많다.


10분여만에 우메다역에 도착했다.
우메다역은 내가 잘 아는 곳이다.
지난 2007, 2008년 2번의 오사카 여행에서 모두 우메다역 주변에서 숙박을 했기 때문에 자주 왔던 곳이다.
만,
오랜만에 오니 역시 길을 바로 찾기는 쉽지 않다. -_-
내가 타야하는 전철은 한큐전철인데 표지보고 걷다 보면 어느새 표지가 없어져 있고 -_- 내 생각대로 조금 더 가다보면 다시 표지가 보이고 해서 -_-;;
게다가 내가 나온 쪽은 JR 오사카역쪽인데, 한큐센을 타기 위해서는 또 바깥쪽으로 걸어나와 굴다리를 지나 공항버스 정류장쪽으로 가야하는... 완전 비잉~ 돌아오는 길이었다. -_-;;

아무튼 우메다역에 잘 왔고. 한큐전철을 타는 곳도 잘 찾아 왔다.
아. 근데 전철역이 너무 더워. 전철역 뿐 아니라 다른 건물들도 너무 더워. 에어컨을 거의 안 켜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3.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우메다역에서는 전철에서 내려 오사카 시내로 들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오사카는 간사이 지방의 중심. 그리고 교토, 고베, 나라 등은 모두 오사카와 1시간 거리도 되지 않는, 오사카의 위성도시이다. 
아마도 오사카에 직장을 갖고 전철로 출퇴근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거꾸로 교토로 가는 사람을 그리 많지는 않겠지 

우메다역에서 교토로 가는 열차는 급행, 준급, 그리고 일반이 있다.
세 종류의 열차 모두 동일한 요금으로 당연히 급행을 타는게 좋다.
급행은 45분이면 교토에 갈 수 있고, 준급은 약 60분, 일반은 약 75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교토로 가는 한큐센의 종점은 가와라마치(河源町). 으억. 저 "하원"은 게임 "하원기가 일족"의 그.. -_-
한큐전철은 아래 사진과 같이 자주색 열차이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이 열차는 고속버스처럼 2명씩 앉게 된 자리인데, 열차의 이동방향을 고려해서 의자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양쪽 끝의 자리는 방향이 고정되어 있어 방향을 바꾸지 못한다.
이런 식으로 8개의 좌석이 하나의 구역을 가진다. (이걸 자세히 쓰는 이유는 잠시 후에 알게 될 듯..)
이와는 달리 일반이나 준급 열차는 서울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좌석을 가진 열차이다.

급행의 좌석배치를 그림으로 그리자면.

 
사람의 마음이란 국경을 넘어서도 비슷한 게, 누구나 마주 보고 앉는 것보다는 아무도 없는 걸 선호한다.
때문에 위 그림의 오른쪽 좌석과 같이 앞 사람의 뒤통수를 보는 자리가 먼저 찰 수 밖에 없다.
그러면 결국 남은 사람들은 그 옆 자리에 앉거나, 혹은 마주보는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는데.. 대부분의 경우 전자보다는 그래도 후자를 택하는 경향이 많다.
나도 마찬가지로 남은 자리 중에서 자리를 택할 수 밖에 없었기에, 마주보는 자리를 택했고, 이럴 경우에는 누구라도 정방향 창가자리에 앉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렇게 30초간 앉아 있다가, 혹시 다른 칸에는 아직 자리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일어나서 칸을 옮겨 갔다.

두어칸을 옮겨 갔지만 이미 가정 선호하는 자리는 모두 차 버렸다.
제길. 소용 없구나. 그냥 앉아야지.
하면서 전과 마찬가지로 마주보는 자리 중 정방향 창가에 앉았다.
그리고는 지도와 가이드북을 꺼내 보기 시작했고. 열차는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 역을 거쳐 갔다.
어느새 내 주변 자리는 4명이 모두 차 버렸다.
오사카에서 교토 쪽으로 가는 사람은 많이 않을 꺼라 생각 했는데, 꼭 그렇지 만도 않은 것 같다.
근데 참 우연히도 4명 자리에서 나만 남자고 3명이 여자였다.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리고 계속해서 지도를 보고 있었다. 
근데 좀 이상하다. 나랑 대각선 위치에 어떤 기모노를 입은 아줌마가 앉아 있었는데 뭔가 좀 불편한 눈치다.

지도를 계속 보다가 어디쯤 왔나 보려고 고개를 들었다.
응? 이상하다.
서 있는 사람들도 다 여자다. 남자가 없다.
흠..? 
열차는 그 새 역 승강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창 밖을 보았다.
어? 이 칸에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다 여자다.
'혹...시...?'

우리나라 전철에는 한 때 운영하다가 없어졌지만, 일본 전철이나 지하철에는 아직 여성전용칸이 있다.
보통 가운데칸을 여성전용칸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 사실은 나도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근데 혹시 지금 내가 있는 그곳이 그곳이란 말인가.....

역 승강장에 여성전용칸이라는 글씨는 확인할 수 없었다. 적어도 내가 있는 자리에서는..
근데 지금 이거 물증은 없어도, 심증은 확실하다.
'아 어쩌나.'
그렇다고 지금 벌떡 일어나서 다른 칸으로 옮기기에는 쪽 팔렸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이 칸에 있는 모든 여성에게 남자가 타고 있었음을 공표하는 셈이 아닌가!
'그래, 나는 외국인이다. 아무 것도 모르고 여기 탄 거다.'

나는 가이드북과 지도에 더욱 심취하기 시작했다.
교토의 첫 방문지를 니조조(二条城)으로 결정했기에 나는 오미야(大宮)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이 급행 열차가 그 역에 서는지 안 서는지 확인도 안 하고 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지한 관광객 코스프레를 한 나는 심지어는 옆 자리에 앉은 젊은 여성에게 이 열차가 오미야역에 정차하는지 물어보기도 하는 담대함을 보였다. 다행히 선다고 한다.
고맙다고 한 나는 지도를 조금 더 보는 척 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기모도 차림의 아줌마는 여전히 불편한 기색이다.
개무시하고 이제부터는 자는 연기를 선보였다. 사실 잠을 푹 못 자서 피곤했기도 했으나, 지금 이 상황을 모면하는 방법은 자는 것 뿐이었다.

역시 깊게 잠들지는 못 했다. 살짝 졸기는 한 것 같다.
눈을 떴다. 어느새 열차는 지하에 들어와 있었다.
다음 역이 오미야역이다. 
열차가 오미야역에 들어섰다. 부랴부랴 나갔다.
플랫폼 바닥에는 분홍색 바탕에 흰 글씨로 "여성전용칸"이라고 써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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