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23 23:24

신곡: 지옥편 - 단테 알리기에리, 김운찬 역 (열린책들)





스무살 때부터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책들의 (마음 속의) 리스트가 있었다.
(물론 그 중에 읽은 것들은 약 10%가 될까 말까.. )
그 중 하나가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 (La divina commedia).

그러던 중 2005년 서해문집에서 한형곤 역의 신곡 완역판이 나왔다는 소문을 듣고 읽어 보려 했으나,
책을 앉아서 읽기보다는 지하철, 버스에서 주로 읽는 나에게 좌절을 안겨 주었으니..
무려 960페이지가 넘는 양장본. (털썩)
 


설마하고 서점에도 가 봤는데 역시 두께가 후덜덜;;
그렇게 해서 읽기를 포기하고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2011년 5월.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신곡을 구입하기로 결심하고,
역시 한형곤 역을 읽고 싶었으나 여전히 그 무게에 겁나, 내가 사랑하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박상진 역)으로 사려고 했다. 
허나 지인이 하는 말이 그 책은 주석이 각주가 아니라 미주라서 읽기에 상당히 안 좋다고.. -_-;
그리고 또 다른 지인이 김운찬 역의 열린책들이 지금 국내에 나와 있는 것 중에 번역이 제일 자연스럽고 각주가 잘 되어 있어서 읽기에 좋을 것이라고 추천을 해 주어 바로 질렀다.


목표는 6개월을 잡고 이 책 3권을 올해 안에 다 읽기.
워낙 운문을 안 좋아하고, 운문에 취미가 없어 잘못 읽는지라 자신이 별로 없었기에 목표를 넉넉히 잡았다.
(예전에 파우스트를 끙끙대며 읽었던 기억을 더듬어 보며 -_-)


읽고 있던 책을 마저 읽고 6월에 읽기 시작하여 2달만에 지옥편을 끝냈다.


저자이며 주인공인 단테가 지옥, 연옥, 천국을 방문하는 서사시로.
각 장소에서의 여정을 장면 묘사와 감정 표현으로 서술하고 있으며.
역시나 주인공의 여정을 인도하는 길잡이인 베르길리우스(로마의 시인으로 서사시 "아이네이스"의 저자)가 등장하고 있다.

"신곡"이라는 제목이라면, 당연히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중심으로 썼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의외로 로마 신화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 것에 놀랐다.
사실 신곡의 세계관 자체는 기독교에 바탕을 두었으나, 그 세계를 채우고 있는 인물들의 많은 경우는 로마 신화에 근거한 인물들이었다. 
때로는 신을 모독한 자들이 갖혀 있는 지옥의 한 원에는 제우스와 대치하던 자들이 갖혀 있기도 하고, 기독교에서 말하는 유일신 뿐 아니라 로마 신화의 범신을 함께 포괄하여 그 세계를 설명하고 있으니, 기독교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읽으면서 어떻게 두 범주를 연결할 수 있을지 다소 혼돈스럽기도 했다.
 
누군가가 신곡을 재미있게 읽으려면 성경과 로마 신화를 잘 알아야 한다고 했는데,
나는 성경은 그래도 좀 아는 편이지만, 로마 신화에는 완전 젬병이라 각주가 없었다면 책을 읽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그리고 신화적 인물 이외에 이 세계를 채우고 있는 인물들은 로마, 이탈리아의 역사적 인물들. 그리고 단테의 친족들.
로마 역사도 잘 모르는데 이탈리아 역사를 알 리가 없으니.. 로마 신화 얘기는 그러려니 하고 읽었지만, 흑당에 백당에 무슨 파에 무슨 파에 얘기가 나오면 정신이 한개도 없었다.. @_@
하지만 저자를 어찌 욕하리.. -_-;; 


지옥편은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책장이 빨리 남어가더라.
지옥의 각 원의 모습들은 죄인의 종류에 따라 독특한 형상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단테의 상상력이 놀라웠다.
근데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신곡 중에 지옥편이 제일 재미있고 다른 건 별로 재미없다고.. --;;

아무튼 이렇게 흥미진진한 지옥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여기서 묘사하는 지옥의 모습을 한번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래서 많은 음악가, 미술가들이 단테의 신곡을 음악으로, 미술 작품으로 표현을 했었나 보다. 모두들 나와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다만 단테가 이탈리아의 역사적 인물들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는 주관적이고 정치적인 색을 유독 많이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의 대척점에 서 있던 인물들은 "죄인"으로 취급하여 지옥에 보내 버리고, 자신의 가문에 해를 끼친 인물들도 가차없이 지옥에 두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역사를 모르기 때문에 어떤 편이 "선"이고 어떤 편이 "악"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단테의 가문과 파당을 적으로 두고 있던 사람이 지옥을 묘사했다면 오히려 단테의 가문과 파당을 지옥에 넣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당시 중세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던 우주관에 대한 지식이 얕다보니 세계의 모습을 상상하기에도 다소 무리가 있다.
본문 중에 "아니네이스"와 "변신이야기"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오는데, 신화를 좀 더 알기 위해 이 놈들을 언제 읽어 봐야 할까..
그리고 중세 우주관부터 좀 파악 좀 하고...
그리고 이탈리아 역사를.. (엥?)

근데. 솔직히 말해서. 이탈리아 역사 인물들은 좀 뺍시다. 단테양반.
현기증 나려고 한단 말이오!!


그럼 이제 조만간 연옥편을 시작해야 겠음.


마지막으로 내가 지옥편을 읽기 시작했을 때 지인이 트위터를 통해 보내 준 신곡의 지옥도(圖)를 링크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겠다.
당시에는 스포일러-_-가 될까봐 안 봤는데, 이제는 볼 수 있는 그림 ㅎㅎㅎ

 


송첫눈송이님 작품
출처: http://blog.naver.com/dantequest


신곡 - 지옥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단테 알리기에리(Durante degli Alighieri) / 김운찬역
출판 : 열린책들 2009.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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