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3 16:40

벼락치기 간사이 여행 11: 긴카쿠지 (은각사)

- 지난 이야기 - 
교토의 두부를 맛 보지는 못 했지만, 의외의 곳에서 맛 본 의외의 음식은 나를 리프레쉬시키는 큰 자극제가 되었다. 



#1. 라쿠버스 그리고 204번

이전 포스트에서도 소개했지만 (니조조 편 - http://gp.pe.kr/78  킨카쿠지 편 - http://gp.pe.kr/80)
교토의 주요 관광지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라쿠(洛)버스만큼 좋은 노선이 없다.

라쿠버스 주요 노선
100번: JR 교토역 - 교토국립박물관 - 기요미즈데라 (고조자카, 기요미즈미치) -  기온 - 헤이안 신궁 - 교토동물원 - 난젠지 (히가시텐노초) - 긴카쿠지
101번: JR 교토역 - 히가시혼간지 - 니조조 - 킨카쿠지
102번: 킨카쿠지 - 교토황궁 - 긴카쿠지 


라쿠버스는 급행 버스라 모든 정류장에서 서지 않고 몇몇 정류장에만 정차한다는 것이 또 다른 장점이다.

킨카쿠지(金閣寺)에서 긴카쿠지(銀閣寺)로 이동하기 위해서 가낭 편한 노선은 102번.
다만 이 버스는 그리 자주 오는 버스가 아니라는게 문제였다.. (100번이 가장 자주 다니는 듯 보였다)


교토 버스 정류장에 설치되어 있는 시영버스 알림판. 
버스가 언제 올 지 확인가능하며 옆 면에는 버스 시간표가 적혀 있다. 


그 옆에는 현재 위치 및 주변 지역을 알려주는 간단한 지도가 그려져 있다. 
여행객에는 이 정도 지도만 있어도 충분.


킨카쿠지에서 긴카쿠지로 가는 102번 버스는 30분에 한 대밖에 안 다닌다..;;
매시 28분과 58분.. 약 20분 넘게 기다려야 하는지라 어쩔 수 없이 204번을 타고 가는 수 밖에 없었다.

주의할 점은 204번은 위 사진의 정류소에서 타야 긴카쿠지에 가지만, 102번은 길 건너 있는 정류소에서 남쪽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긴카쿠지에 갈 수 있다. 노선 번호만 보고 갔다가는 반대로 가는 낭패를 겪을 수 있음...



204번 버스를 한참 타고 가다보면, 이 버스는 어느 침침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버스 노선도를 보니 "transfer point"라고 적혀 있는 키타오지(北大路) 버스 터미널.
근처에 시장이 있는지 짐을 가지고 타는 할머니들도 있고,
운전기사는 자기 운행시간이 끝났는지, 운전석 뒤쪽에 있는 자신의 이름표를 꺼내서 승객들에게 들리지도 않을 소리로 혼자 중얼거리면서 인사를 하고 버스를 내렸다.
그리고는 다른 기사가 또 다시 들리지도 않는 소리로 중얼거리면서 자신의 이름표를 운전석 뒤에 붙이고 운전석에 앉는 거다. -_-;

여튼 터미널에서 약 5분 정도 소요하고 다시 큰 길로 나와 204번 버스는 긴카쿠지로 향했다.


꾸벅꾸벅 졸다가 "다음 정류장은 긴카쿠치미치(銀閣寺道)"라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버스에서 내렸다.
나 외에 일본인 2명, 서양인 2명이 버스에서 내렸으며, 이들은 모두 긴카쿠지로 가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버스에서 내렸으나 정류소에는 긴카쿠지로 향하는 어떤 이정표도 안내도 보이지 않았다.
일본인 2명이 지나가는 행인에게 길을 물었다. 행인은 북쪽으로 가라고 가리키더니 이들은 그쪽으로 움직였다.
서양인 2명도 곧 저들을 따라가면 될 꺼라고 판단했는지 북쪽으로 향했고, 나 역시 그들을 따라갔다.



참 많이 걷는다. 여기 정류장에서 긴카쿠지까지 거리가 꽤 된다.
이렇게 먼데 대체 왜 이 길을 긴카쿠지미치라고 지은 걸까. 서울대입구 지하철역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_-
102번을 탔으면 정류소도 훨씬 가깝고 좋구나. 에효.

102번 정류소 옆에는 하시모토 간세쓰(橋本関雪)라는 화가의 기념관이 있다고 하는데 누군지도 잘 모르겠고.. 시간도 빡빡해서 일단 패스... -_-

102번 정류소에서.


#2. 긴카쿠지



위 지도의 "철학의 길(哲學の道)"이 시작되는 지점에 놓인 긴카쿠지바시(銀閣寺橋).
이 지점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긴카쿠지로 올라가는 언덕길이다. 
여느 관광지와 같이 길 양 옆으로는 상점이 길게 늘어서 있다.




긴카쿠지의 입구인 소몬(総門; 총문)이 보인다.



소몬을 지나면 길게 뻗은 정원수로 길을 지난다. 예쁜 길이다.




긴카쿠지의 입장권도 킨카쿠지와 마찬가지로 부적처럼 생겼다. 다만 크기가 조금 작은.
긴카쿠지도 킨카쿠지와 같이 간사이 쓰루토 깃푸의 할인혜택을 받지 못 한다.



주오몬(中門)을 지나면 왼쪽에 바로 작은 정원이 하나 보인다. 
여기 있는 건물은 안내 리플렛을 보면 쿠리(庫裡)라고 나오는데 절의 식당이라고 한다.
이렇게 작은 공간에도 이런 정원을 만들어 놓다니.. 근데 조금 답답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 길을 지나면 오른쪽에 긴카쿠(銀閣)을 바로 볼 수 있다.
긴카쿠지라는 이름도 이 은각 때문에 유명해지면서 붙은 별명으로 본디 이름은 지쇼지(慈照寺)이다.
이 절 역시 옛 쇼군의 별장으로 지어졌던 건물이고, 이후에 절이 되었다.



금각은 금박으로 칠했는데, 왜 은각은 은박이 아니라 검은 나무냐고?
은각사라는 건 그럼 사기냐고? -_-
이 건물도 원래는 은박으로 칠할 계획이었으나 전쟁 때문에 돈이 없어서 못 발랐다고 하더군.
그리고 킨카쿠지의 금각을 그대로 본따 지은 건물이라 색깔만 다르고 똑같이 생겼다.
이 건물은 관음보살을 모시고 있어 칸논덴(觀音殿)이라고도 불린다.

재미있는 건, 불당 바로 옆에 신사가 있다는 거다.



오사카성 텐슈카쿠 옆에 있던 신사나, 킨카쿠지 안에 있던 부동명왕에 이어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일본 민간신앙에 있어서 신사와 일본 불교의 관계는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본당에서는 이런 걸 역시 팔고 있다.


본당에서 바라본 긴카쿠


긴카쿠 정면은 모래와 돌로만 이뤄진 가레산스이식(枯山水式) 정원으로 이뤄져 있다.
은색 모래는 바다를, 돌들은 산을 뜻하며, 선종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일본에서 발달한 정원 양식이다.
모래에는 파도치는 것과 같이 잔 물결 무늬를 낸 경우가 많다.
긴카쿠지의 모래 정원 긴샤단(銀沙灘)에 있는 저 모래탑 코게츠다이(向月台; 달을 향하는 별)은 후지(富士)산을 뜻한다고 한다.


긴카쿠 상단에는 킨카쿠와 마찬가지로 (닭같은) 봉황이 있다.



본당 옆에 있는 토구도(東求堂).
긴카구와 함께 국보로 지정된 건물이다.


긴카쿠지는 가레산스이식 정원 뿐 아니라 지센식(池泉式) 정원도 함께 가지고 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폭포(?) 하나

산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이와 같은 작은 신주도 보인다.

산 쪽에서 바라본 토구도

산쪽 오솔길은 큰 대나무숲을 이룬다.


산쪽에서 바라 본 긴카쿠지. 킨카쿠지는 트인 기분이라면 긴카쿠지는 닫혀 있는 기분이 드는 곳이다.

출구로 돌아 나오는 길에서 찍은 긴카쿠



화려하고 넓은 킨카쿠지를 보고 바로 이 곳에 와서 그런지, 긴카쿠지는 다소 좁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처음 접해 본 가레산스이식 정원은 다소 낯선 느낌이었다.
햇빛도 뜨거운데, 은색 모래에 내리쬐는 그 불볕은 나를 구도와 명상의 세계로 이끈다기보다는 지상의 기온을 2배로 느끼게 하는 반사판으로밖에 느낄 수 없었다.
게다가 많은 관광객에 치여 그 좁은 정원은 더욱 숨쉬기 힘든 공간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답답한 마음도 오솔길을 한바퀴 돌며 녹색 나뭇잎을 바라보니 다소 누그러졌고,
검은 나비 한 마리가 더위에 지친 내 마음을 다소 위로해 주었다.




To be continued...



블로그 글이 맘에 드시면 추천이나 댓글 부탁드려요!
Trackback 0 Comment 0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