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17 23:36

벼락치기 간사이 여행 15: 교토 가정식, 오반자이 (베니코우모리)

- 지난 이야기 - 
고다이지에서 내려온 지피군은 1시간이 넘도록 네네노미치 부근에서 서성이며 뱅글뱅글 돌고 있었는데..



#1. 

6시 반.
고다이지에서 내려온 지 한 시간도 넘게 지났다.
이시베코지(石塀小路)를 벌써 두 번째 지나가고 있다.

'어휴. 그냥 덮밥 먹을까.'
하다가도
'좀 더 주고 교토식을 먹어 봐?'
갈등하면서 이 길을 또 지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까 처음 지나갈 때 잠시 멈춰 섰던 음식점 앞에 다시 우뚝 서서 메뉴판을 다시 한번 읽기 시작했다.



어느 가이드 북에서도 인터넷에서도 본 음식점은 아니였다.
다만,
오반자이. Kyoto style daily dishes... 2천엔..
'이 가격은 좀 괜찮지 않나...?'
순전히 정식치고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이 앞에 서 있는 것이다.

휴.
그래도 쉽게 결정 내리지는 못 하겠다.
'비싼 환율을 생각하면 거의 3만원이 가까운 돈인데..'
쉬이 결정을 내리지 못 하고 계속 갈등하고 있었다.

그 때, 젊은 여성 2명이 이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에잇. 그래도 한 번 쯤은 먹어 봐야!!! 그리고, 누군가는 찾아오는 집이라는 거잖아.'

가게 이름도 모른 채, 소문이 어떤 지도 모른 채, 나는 그저 본능에 끌려 저벅저벅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2. 

미닫이 문을 조심조심 열었다.
복도 안에서 여직원 한명이 나왔다.
일본어로 어서오라는 말과 함께 무슨 말을 했지만, 내가 알아들을 리가 있나.

"Can I have dinner?"

그랬더니 "디너?" 하면서 "오케이. 오케이". 들어 오란다.
2층으로 연결된 계단이 오른쪽으로 놓여 있었고,
나는 계단과는 상관없이 신발을 벗고 왼쪽 복도로 올랐다.


이 음식점의 주인으로 보이는 40대의 남성이 역시 반갑게 인사를 했고, 
나는 다다미가 깔린 방에서 창 밖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창 밖으로 보이는 작은 정원


아까 그 여직원이 주문을 받기 위해 나에게 다시 왔다.
하하. 근데 어쩌나. 당신도 알잖아. 우리 서로 말이 안 통하는 거...
혹시 영어 메뉴가 있냐고 내가 물어 봤다. (어짜피 2천엔짜리 먹을 꺼지만. ㅎㅎ)
이 아가씨,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주인 남자가 나한테 다시 왔다.
역시 마찬가지로 영어 메뉴가 혹시 있냐고 물어 봤다.
멍하니 듣더니 뭐나고 얘기하는데 이번에는 내가 또 못 알아 들으니 원...

밥 한 번 먹기 힘들다!


이 때, 내가 앉아 있는 길게 뻗은 테이블 왼쪽 끝에 있는 한 일본 여인이 내게 말을 해 왔다.
"Excuse me, I can help you. I can speak English."
오오오. 구세주의 등장인가.


이 분이 주인 아저씨와 얘기를 하더니만, 곧 내게
이 식당에 점심 메뉴는 영어 메뉴판이 있는데, 저녁 메뉴는 일본어 메뉴 밖에 없다는 얘기를 전해 주었다.
그러면서 자기가 내 주문을 도와 주겠다고 한다. 우와와와 아리가또고자이마스!!

저녁 식사는 2천엔짜리, 3천 5백엔짜리, 5천엔짜리 등등이 있었다.
그 중에 2천엔짜리를 먹으러 들어 온 거기는 하지만, 
이 사람의 얘기를 차근차근히 들었다.

2천엔짜리는 가정식이라고 하면서 6가지가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3천5백엔짜리는 8가지가 나오고, 어쩌고 저쩌고 했는데, 난 어짜피 제일 싼 2천엔짜리!
조금 고민하는 연기를 하다가, 쿨하게 오반자이(おばんざい)를 달라고 했다. 흐흐흐


음식을 주문하고 음식점 내부를 둘러 보았다.



실내는 그리 넓지 않았다.
내가 앉은 쪽에 길다란 테이블 하나, 저쪽에 4인 정도 앉을 수 있는 테이블 두 개, 그리고 방 하나.
그리고 그림이 여러 점 걸려 있는데, 그 중에는 야시시한 그림도 하나 걸려 있었다.

내가 앉은 테이블에 놓인 램프와 액자. 게이샤 사진이 들어 있다.



#3.

내게 도움을 준 일본 여인과 여러 마디를 나눴다.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그녀는 도쿄에서 이곳으로 여행을 왔다고 한다.
교토에서 3일간 있었는데, 내일 모레 도쿄로 돌아간다고 한다.

일본에 여러번 왔지만 영어 쓰는 사람을 많이 못 봤는데, 그녀의 영어는 매우 자연스러웠다.
알고 보니 그녀는 도쿄에 있는 힐튼 호텔의 직원이라고 한다.

혹시 기온 마쯔리를 보러 온 것이냐고 물었다.
허나 그녀의 대답은 전혀 몰랐다고 하는 거다.
그냥 휴가로 교토에 여행을 온 것인데, 교토에 도착하고 나서 마쯔리 기간 중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그래서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단다.
난 마쯔리 기간인 건 알고 왔는데, 바로 내일 모레 마쯔리의 본 행사와 퍼레이드가 있는 줄은 일본에 도착하고 나서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내일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엉엉)

교토. 여러 번 와 봤지만 참 좋은 곳이라고 한다.
도쿄와는 달리 사람들도 친절하고. 도쿄는 대도시고, 워낙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이다 보니 이곳 사람들와 같은 정감이 없다고 한다.
나는 서울도 그렇다고 했다. 아마도 대도시 사람들의 공통점인 것 같다.

난 오사카에는 여러 번 왔지만, 교토는 처음이라고 하면서.
참 아름답고 흥미있는 도시라고 했다.
오사카는 그냥 먹을 것 말고는 별로 없는 것 같고, 반면 이곳 교토는 아기자기하고 근사한게 많아서 좋다고.
아름다운 도시라고..

한국에는 한번도 와 본적이 없다는 그녀는, 다음에는 서울에 한번 여행을 가 봐야겠다는 말을 했다.



#4.

오반자이는 교토의 일반 시민들이 주로 먹었던 보통의 가정식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음식은 화려한 것도, 아기자기한 것도 없으며,
그 맛도 특별한 맛이 있는 것이 아닌, 소소한 서민의 맛을 가지고 있다.
두부, 나물, 야채 등으로 이뤄지는 구성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맨 먼저 국수와 같은 것이 나왔다.
근데 이게 그냥 국수가 아니라 해초로 만든 (섞은?) 국수이다.
옅은 식초향과 함께 해초의 향이 강하게 풍기는 이 국수는 보통 먹는 국수의 씹는 느낌이 아니라 매우 야들야들하고 툭툭 끊어지는 느낌이다.
독특한 느낌과 독특한 맛이다.



다음은 꽁치 조림.
내 말벗이 되어준 일본 여인이 이 생선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려주려고 내게 무진 애를 썼으나,
나는 모양을 보고, 또 젓가락으로 한 점 떼어 먹어 보고는
한국에서도 이 생선 먹는다고, 그리고 우리는 이걸 "꽁치"라고 부른다고 얘기해 주었다.
꽁치는 간장 양념에 조렸는데, 우리 식의 꽁치 조림과는 달리 새콤달콤한 맛이 낫고, 조금 오래 조렸는지, 양념 간장 양념이 짠 지, 짠맛이 다소 많은 편이었다.
같이 들어 있는 파프리카와 껍질콩은 전혀 양념하지 않은, 그냥 삶은 것으로 다소 짠 맛의 생선과 함께 먹기에 좋았다.
우리 음식과 크게 다른 것이 없는, 익숙한 맛이었다.



유부 조림. 
이것도 간장 양념에 조렸는데, 색깔은 간장의 색을 많이 띄지만 생각처럼 짜지는 않다.
같이 들어 있는 건 감자였는데, 씹는 느낌은 전혀 찐 감자의 느낌이 아니었다. 그런데 맛은 감자!!
뒤에 가려져 있는 것은 가지이다.



두부다.
근데 이것도 그냥 두부가 아니다. 해초의 향이 난다.
약간 시큼하게 담갔는데,
어?
분명히 두부인데, 태어나서 느낌을 가진 두부는 처음 먹어본다.
우리 모두부처럼 모가 굳어 있는 느낌도 아니고, 연두부처럼 무른 것도 아닌데.
살짝 뭉컹한 느낌? 베어 먹는 느낌은 마치 물이 적어 다소 퍽퍽한 일본식 계란찜(보통 일식집에서 먹는 계란찜말고..)의 느낌인데, 두부 속에 물이 깊게 배어 있다. 그래서 입술로 두부를 지긋이 누르면 안에서 두부물(혹은 두부를 담근 식초물)이 지긋이 스며 나온다.


미소시루. 이건 여느 미소시루와 다르지 않다.



먼저 나왔던 접시는 이미 다 먹어 버렸고, 
뒤에 나온 유부요리와 두부요리를 먹고 있는 중에 밥과 국, 피클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차 한 잔.


특별한 맛이 있는 식사는 아니었지만, 상당히 소박하고 소소한 맛의 식사였다.
해산물을 가지고 만든 음식이 많아 매우 깔끔하기도 했다.


사실 양은 많은 양은 아니지만, 먹고 나니 그리 적은 양도 아니었다.
아마 다른 기분 좋은 느낌을 식사와 함께 즐길 수 있어, 충분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던 것 같다.
허나 2천엔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상당히 비싼 음식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옆에 계시던 그 분은 3천 5백엔짜리를 드신 것 같다.
나 바로 전에 음식이 나오기 시작해서 내가 밥을 다 먹을 때 쯤 밥이 나왔으니.
저 분은 돈 버시는 분이고, 나는 가난한 학생이니깐.



#5.

카드로 결재하려고 했는데, 5천엔 이상만 카드 결재가 가능하다고 한다.
환전 많이 안 해서 현금 별로 안 남았는데.. ㅜㅜ
전날 피규어 사는데 현금을 많이 쓰는 바람에.. -_- (http://gp.pe.kr/69 참조)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주인장에게 오늘 식사 너무 좋았다는 인사의 말과, 내게 큰 도움을 주었던 일본 여인에게 감사와 행운의 말을 남기고 식당에서 나왔다.





내가 식사를 한 음식점의 이름은 베니코우모리(紅蝙蝠; 붉은 박쥐)





주소: 京都市東山区下河原町463-8
홈페이지: http://www.kyogocan.com


홈페이지에 가 보니 2층 다다미방에서는 8천엔 이상의 식사를 식사를 한다고 한다.
마이코, 게이샤를 부를 수도 있다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날이 어두워 지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블로그 글이 맘에 드시면 추천이나 댓글 부탁드려요!
Trackback 0 Comment 0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