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24 23:20

쉴새없이 질주하는 광란의 액션 쓰나미 <매드맥스>




#1.

1980년대생, 30대 중반인 내게 있어서 <매드맥스>는 매우 낯선 타이틀이다.

'옛날에 그런 영화가 있었대' 

딱 이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는, 아무 의미 없는 네 글자의 텍스트랄까나.


북미 개봉 직전에 엠바고가 풀리면서 폭발적인 찬사가 터져나오기 시작하고, 

rotten tomatoes에서 100%에 가까운 신선도를 보여주게 되었을 무렵에야 

'이거 뭔지 몰라도 물건이다,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깐.


하지만 평이 너무 좋은 영화는 영화를 보기도 전에 기대치가 성층권을 뚫고 올라가버리면서 

막상 극장 문을 나설 때에는 '에이, 생각보다는 별로인데....'라는 허탈감을 가진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서

이번에는 뚜껑 열 때까지는 설레발은 자제하자는 신조(?)로 얌전히 있었다.


이 영화가 여자친구가 좋아할만한 스타일은 아니라서 '어떻게 하면 극장에 데리고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던 차에.. 디피 이벤트에 당첨..!

이것을 매개로 여자친구를 극장에 데리고 갔다.




#2.

애당초 나도 사전정보는 거의 없었고, 

여자친구에게도 지금 평이 엄청나게 좋은 영화라는 말만 전해주고 갔던지라,

영화의 오프닝은 매우 곤혹스러웠다.


나야 뭐 이건 스타일의 영화에 익숙한지라 괜찮았지만,

잔인한 것, 끔찍한 것 잘 못보는 여자친구에게는 오프닝 씬은 매우 곤욕이었을 것이라서....

맥스가 워보이들에게 잡혀가서 고문을 받게 되는 장면에서는 결국 

"오빠, 나 이 영화 볼 수 있는 거야?"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최악의 경우에 영화 중간에 그냥 나가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하지? 나 디피에 감상기 써야 되는데..... 지난 번에 뽑힌 시사회에 알려주지도 못하고 못 간 적도 있잖아'




그런데 이런 걱정은 웬걸...

여자친구가 팝콘도 안 먹고 영화에 푹 빠졌다. (그날따라 팝콘이 좀 맛없긴 했다 ....)

중간중간 좀 섬뜩한 장면에서 눈을 가리기는 했지만, 어느샌가 매우 즐기고 있다.


나 역시 완전히 영화에 빠졌다.

입을 완전히 떡 벌리고 봤다.

2시간 내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미친 영화가 다 있나...





#3.

맥스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하여 바로 자동차 엔진의 굉음으로 이어지고, 맥스의 고문장면까지 연결되는 오프닝 시퀀스에서부터 이미 사람의 혼을 세번 정도 빼놓고 영화는 이어진다.

그로테스크한 분장과 미술, 그리고 과거의 환상을 쉴새없이 오가는 재빠른 편집은 마치 기괴한 공포영화 내지는 저렴한 좀비영화의 그것처럼 관객의 뇌리를 강하게 치고 지나간다.


오프닝 자체가 상당히 무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데, 이 영화의 초반에 거부감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게 오프닝 뿐만이 아니다.

시타델의 지배자 임모탄과 그의 주변인들은 이미 신체훼손의 지경에 가까운 정도의 병을 앓고 있고, 거주민들은 그냥 거지몰골.

그나마 괜찮게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는 워보이들은 입술을 실밥으로 꼬맨 마릴린맨슨의 분장을 하고 나타나는데, 

뭐 제대로 생겨 먹은 사람도 없고, 모두가 할로윈 코스튬을 하고 록키 픽쳐 호러소를 찍고 있는 것도 아닌데 다들 저러고 있으니 웬만해서는 영화에 정을 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젖을 짜는 여인네들까지 등장하는데 이건 뭐 충격 오브 충격..... ㄷㄷㄷㄷ


이렇게 관객들이 대충 멘붕에 빠져 있을 때쯤, 이틈을 타서 게 중 제일 멀쩡해 보이는 여전사 퓨리오사가 트럭을 몰고 질주를 시작하고, 워보이들도 어느샌가 맥스를 자동차 앞에 매달고 전속력으로 달린다 ㄷㄷㄷㄷ

꾸오오. 내가 자동차에 매달려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정신이 하나도 없고 이쪽 저쪽에서 펑펑 터지고 난리도 아니냐... 

목이 한번 잘릴만한 위기도 간신히 넘기고 (내가 목 잘리는 줄 알았음 ㄷㄷㄷ) 

몇번씩 뒤집어지고 끝나나 싶었더니 

O.M.G. 

모래폭풍....


이 영화의 모래폭풍 씬은 최고의 하이라이트 장면 중에 하나.

영화가 시작한지 30분도 안 되서 관객들을 모래폭풍에 휘말리게 만들면서 감독은 이미 관객의 오감을 다 빼앗가 가 버렸다.

이 장면의 화면과 사운드는 말로 설명이 안 된다.

그냥 직접 봐야 한다.

아니, "체험"해 봐야 한다.




#4.

모래폭풍이 지나가 버렸다.

맥스도 뻗었고, 나도 뻗어 버렸다.

30여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한숨 돌리 수 있었고, 이미 기운을 한바탕 빼고 났더니 잠시 쉬어가고 싶다.

하지만 영화는 나를 그렇게 쉬게 놓아 주지를 않는다.. 


이 영화와 안 어울리게 갑자기 쭉쭉빵빵한 언니들이 나오시면서 쉬어가나 싶더니....

이들의 질주는 다시 시작되며, 잠시라도 놓아주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나간다.

오토바이가 날아다니면서 쫒아오고, 캐터필러를 장착한 리무진이 달려온다..

기타를 친다, 불이 뿜어 나온다. 북을 두들긴다.

트럭을 끊임없이 폭파시키고, 대롱에 매달린 적들은 아크로바틱 댄서마냥 현란하게 진동(?)한다.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액션이야!!!


2시간이 넘는 영화의 러닝타임의 약 90%가 액션.

지금까지 봐 왔던 액션은 다 장난으로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액션을 보여준다.

그 느낌은 첨예하고 날카로워서 얍살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고,

마감독의 트랜스XX와 같이 현란하기만 할 뿐 속 빈 강정의 액션이 아니라,

벌건 녹이 묻어있는 강철끼리 한방한방 격하게 부딪히는 듯한 강력함을 전해준다.




#5. 

2시간 동안 사람의 혼을 빼 놓는 액션 중에서도 이 영화는

SF적 디스토피아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인간의 처절함, 폭력성과 광기를 그림은 물론,

소수 지배집단이 개인의 목적을 위해서 인간을 사유화하는 충격적인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주인공 맥스보다 더 주인공같은 여전사 퓨리오사를 중심으로 드러내는 페미니즘의 메시지는 마초적인 분위기, 액션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도 서로 조화롭게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부분은 샤를리즈 테론 누님의 강렬한 연기 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6.

이 영화를 관람하기 2주일 전에 같은 극장에서 어벤져스를 같은 돌비 애트모스 포맷으로 봤는데,

이 때에는 영화를 보는 내내 딱히 사운드에 대한 특별한 점을 느끼지 못 했지만, 이번은 완전히 달랐다.


초반부터 몰아치는 자동차 엔진음과 헤비메탈의 강렬한 사운드는 안 그래도 영화를 보면서 점점 흥분되고 있는 내 자신을 더욱 더 휘젓고 있는 것 같았다.

전후,좌우,상하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스피커를 두드리는 빠른 비트의 굉음들은, 질주하는 자동차들과 함께 내가 함께 매달려 있는 듯한 현장감를 선사하고 있었다.

전기 톱날은 마치 내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듯 했고, 좌우에서는 쉴새 없이 폭발음이 터니고 있었으며, 머리 위로는 오토바이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 영화의 최고 명장면인 모래폭풍 장면은, 사운드 면에서도 가장 최고를 들려주고 있었다.

몰아치는 바람, 여전히 달리고 있는 엔진음, 천둥번개, 그리고 화약 폭발음이 어루러진 오케스트라는 관객을 함께 폭풍 속으로 몰아 넣었고, 이 장면이 끝난 순간 입 속에 들어간 흙먼지를 당장이라도 뱉어내야 할 것 같은 착각을 안겨 주었다.

이런 면에서 이 영화는 여러 모로 "체험"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의 시각적인 효과를 최대한으로 끌어 올려주는 역할을 사운드가 톡톡히 담당하고 있었으며, 사운드가 이 영화의 5할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말하고 싶다.

사운드 시설이 잘 갖춰진 극장, 기왕이면 애트모스 포맷으로 감상할 수 있다면 최상의 효과를 느낄 수 있다고 본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2015)

Mad Max: Fury Road 
9
감독
조지 밀러
출연
톰 하디, 샤를리즈 테론, 니콜라스 홀트, 휴 키스-바이른, 조쉬 헬먼
정보
액션, 어드벤처 | 오스트레일리아 | 120 분 | 201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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