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5. 22:35

"늑대아이", 어머니의, 어머니를 위한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時をかける少女, 2006)", "썸머워즈(サマーウォーズ, 2009)"에 이은 세 번째 장편을 선보인 호소다 마모루(細田 守) 감독[각주:1].

호소다 마모루에 최근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향하고 있는데, 그 타이틀은 포스트(post) 미야자키 하야오(宮崎 駿).

미야자키 하야오의 프로덕션,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ハウルの動く城, 2004)" 이후로는 과거의 작품들 만큼의 퀄리티를 잘 뽑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감수성을 뒤이을 수 있는 차세대 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는 감독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는 사춘기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썸머워즈"에서는 (굳이 얘기하자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번 작품 "늑대아이(원제: 늑대아이 유키와 아메;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내고 있다.




#1. 늑대인간과의 사랑


그저 착실하고 귀여운 여대생 하나(花)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지게 된다.

허나 그 남자는 인간의 외모를 한 늑대, 즉 늑대인간이다.

평소에는 사람의 모습으로 일을 하고, 돈을 벌면서 살아 가지만, 본디 그는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일본늑대의 후손이다.


두 사람 사이에서 여자아이 유키(雪), 그리고 남자아이 아메(雨)가 태어나고,

그녀는 육아를 위해 학업도 중단하고 도쿄의 변두리에서 전업주부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비 오는 어느 날, 남자는 아무 연락 없이 종적을 감췄고, 

대신 인근의 하천에 어떤 늑대의 시체가 남겨져 있었다.

항상 꽃과 같이 밝고 아름답게 웃으라는 이름을 가진 하나는

시체를 쓰레기차에 실어가려는 청소부들 때문에 남편의 주검을 만져보지도 못하고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2. 엄마


남편을 떠나 보낸 20대 초반의 미망인에게는 두 아이만 남았다.

하지만 두 아이 모두, 늑대인간.

아이를 키워 본적도 없지만, 그것도 늑대인간을 키워야 한다니. 늑대는 생전 알지도 못하는데..


자신의 아이들이 늑대인간임이 알려질 것을 두려워하는 하나는 집 안에서만 아이들을 키울 수 없음을 깨닫고,

남편이 자신에게 남겨 준 그의 고향, 사람이 아무도 살지 않을 것만 같은 산촌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냥 예쁜 모습으로 공부와 알바만 하던 그녀는, 

낡아서 쓰러질 것만 같은 집을 혼자서 고치고,

식량을 자급자족하기 위해 황무지를 일궈 밭을 만들고 야채를 키우기 시작한다.

물론 이것들이 처음부터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모두 해내고 만다.


그녀는 자식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3. 아이들의 성장


어린 시절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누나 유키와는 달리 아메는 엄마 품에서 응석받기를 좋아하는 소심한 아이였다.

유키가 밖에서 뱀을 가지고 놀고 새를 사냥해 왔을 때에도, 아메는 그저 엄마 곁에 있기를 원했다.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 가고 싶은 유키는 밖에서는 절대로 늑대로 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소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뛰어난 운동신경과 밝은 성격 때문에 처음에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으나, 그녀는 점차 자신이 다른 여자아이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점점 내향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녀는 늑대가 아닌, 인간으로 살고 싶었다.


누나와는 달리 아메는 처음부터 학교 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없었다.

본디 소심하고 내향적이던 그는 동화 속에 등장하는 나쁜 늑대에 대한 사람들의 적개심에 두려움을 가지기도 했다.

진학 전 어느 날 겪게 된 사고 이후 그는 늑대로서의 자신을 깨닫게 되었고, 학교에서의 생활은 그와 맞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뒷산을 뛰어다니며, 늑대로서의, 자연에서의 삶을 갈망하고 있었다.






#4. 어머니의 마음


하나는 늘 아메가 걱정이다.

어렸을 적부터 활달한 누나와는 달리 내향적인 아메가 학교도 안 가고 산으로만 다니는 모습이 걱정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메가 이미 다 커 버린 늑대임을 깨닫게 되어 버린다.

하지만 하나는 이대로 아메를 둘 수 없다. 태풍 속에 학교에 남겨진 유키가 있지만, 그녀는 막내 아들 아메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그녀는 아메의 모습에서 자신의 남편을 보게 되었고, 인간으로 살고 싶어하는 유키와 늑대로 살고 싶어하는 아메의 현재의 모습이 모두 자신의 남편이 바라고 있던 두 아이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아들에게 남길 말이 남아 있었다.

아직 그녀는 아메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 했다"는 것...






영화는 늑대인간과의 사랑,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늑대아이들을 키우는 비현실적인 환타지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영화 어느 곳에서도 이 사건들이 비현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지극히 평범한 두 남녀의 사랑으로, 그리고 자식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정성으로 키우는 어머니의 보편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어린 나이에 자신의 꿈은 뒤로 한 채, 육아에 전념하고,

잘 키우기 위해서 늑대에 대한 책을 찾아 늑대의 습성에 대해 공부하고,

항상 말썽만 피우는 유키 때문에 좀처럼 쉬지 못하고, 끊임없이 일을 해야 했고,

밤마다 늑대 울음으로 울어대는 아이들 때문에 이웃에게 면박받고,

낡은 집을 고치고 밭을 일구며 스스로의 힘으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그 많은 일을 겪으면서 두 아이들에게 자신을 헌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더 해 줄게 남아 있다고 외치는 우리의 어머니.


비와 함께 내리는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에서 눈물을 흘리고,

하나가 겪었던 중 가장 무서운 일이 되었을 뻔한 사고에서 하나의 울음에 눈물을 흘리고,

아메의 등 뒤에서 "아무것도 해 준 게 없다"는 어머니의 외침에서 또 한번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감독은 엔딩 크레딧을 통해 울려 퍼지는 "어머니의 노래"의 가사에서 

다시 한번 어머니 하나의 이야기를, 우리 어머니들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는데,

노래의 가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없다.


감독은 영화의 스토리 전반에서부터 은은하게 퍼져 나가던 감동을 그렇게 마무리하고 있었다.

"썸머워즈"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서 감상할 수 있던 것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느꼈던 아련함에 심장에 점을 하나 더 찍어 내려가고 있었다.



영화를 감상한 지 나흘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그 여운이 남는다.

그저 흘려 버리기에는 아쉬울 뿐..






덧 1. 어린 아이였을 때의 늑대아이 유키와 아메, 짱 귀엽... +ㅅ+

덧 2. 동네 할아버지... 츤데레..........

덧 3. 사운드트랙을 구입하려니, 국내에는 라이센스 앨범이 출간이 안 되어서 일본 수입 음반을 살 수 밖에 없다.. 가격은 무려 4만원이 넘는... -_-;;

덧 4. 영화의 일러스트는 사다모토 요시유키(貞本義行)가 그렸더군. 하긴 그러고보니 "시달소"랑 "썸머워즈"도... 그나저나 에반게리온 코믹스나 완결 좀 제발.... -_-




* 삽입된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製作委員会가 가지고 있음.

* All rights of images on this post is reserved by Studio Chizu.



늑대아이 (2012)

The Wolf Children Ame and Yuki 
9.2
감독
호소다 마모루
출연
미야자키 아오이, 오오사와 타카오, 쿠로키 하루, 니시 유키토, 오오노 모모카
정보
애니메이션, 판타지, 로맨스/멜로 | 일본 | 117 분 | 2012-09-13
글쓴이 평점  


  1. 디지몬 시리즈의 극장판과 원피스 극장판의 연출을 맡은 적도 있으나, 그의 오리지널 작품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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