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영화는 힘들다.
볼 때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서 결국 마지막에는 탈진 상태까지 만들어 버린다.
<레퀴엠>이 그랬고, <블랙 스완>이 그랬고, <노아>가 그랬다.
<노아>는 왕십리 IMAX로 봐서 더 힘들었다.
2.
애당초 처음부터 성경적이지 않고 오히려 SF스럽다는 말을 듣고 있었고, 영화 자체가 성경을 모티브로 한 환타지라는 말을 듣고 갔다.
이미 이 사실을 알고 가서 그랬을까.
영화의 각 사건이 성경의 사건을 기반으로 변주를 잘 시킨 덕에 오히려 나는 이 영화가 매우 성경적이고 기독교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비성경적이라고 비판하거나, 혹은 영화의 환타지성에 대해서 논한 글은 얼마든지 많으니까 나는 반대로 쓰기로 한다.
3. (스포일러 포함)
사실 영화의 각 사건도 그렇다.
신에게 꿈을 통해 계시를 받은 주인공, 그리고 방주를 만들어 피조물들을 구해내는 사역에 순종하고 협조하는 가족들.
그러나 정작 인간의 일, 즉 가족의 생존과 미래에 대해서 주인공은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해 신에게 다시 묻고는 하지만, 이후 어떤 메세지도 없이 조용히 침묵해 버리는 신.
반면, 인간의 범죄에 따른 징벌은 자신들 조차 피해갈 수 없다고 홀로 판단하는 노아.
일라의 임신이나, 출산과 동시에 하늘의 비가 그치는 등의 징조를 두고서도 이를 해석하는 노아 및 가족들의 서로 다른 시각.
그리고 어떤 것이 계시인지 알 지 못한 채 결국 인간이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영화에서 그리고 있는 이 일련의 과정은 사실 크리스트교의 믿음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한번 이상 겪게 되는 사건이 아닌가.
또, 필요를 채워주는 신에게 의지해 왔으나 결국은 자신의 짝을 찾을 수 없다는 현실에 분노하고,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려는 함.
그리고 그 옆에서 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간의 능력만으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고 부추키는 두발카인.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모든 사건은 사실 신앙을 가지려는 이들이 삶에서 근복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들이었다.
4. (스포일러 포함)
개인적으로 꼽고 싶은 이 영화의 백미 장면은
- 노아가 가족들을 불러모아 두고 천지장조에서부터 카인의 살인까지의 이야기를 다루는 부분.
- 일라의 출산 / 노아 vs. 두발카인 & 함 사건의 교차편집 장면에서부터 노아가 자신의 손녀들을 죽이려 하는 장면까지의 시퀀스.
특히 두번째 장면은 신념의 대립으로 시작하여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른 결정의 순간까지를 다루는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 장면으로, 정말 온 몸에 기운이 빠져 나가는 듯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였다.
5.
교계에서는 이 영화를 반기독교적인 영화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뭐... 해석은 하기 나름이다....
6.
두발카인을 비롯한 카인의 후손들이 다루고 있는 인간의 탐욕에 대한 문제는 지금도 생각해 볼 거리인 것 같다.
7.
감시자들(Watchers)에 대한 설정은, 참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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